본문 바로가기

방송가사람들

“백세인생”으로 떴다고 전해라~ - 25년 무명에서 대세 가수로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중략)
백 오십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 있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 노래 ‘백세인생’중

 

 

 

 

죽음 앞에서 초연해 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애란 씨의 <백세인생>은 누구라도 터부시하는 ‘죽음’을 노래로 희화해했다. 단순히 웃기려는 의도만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주눅 들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가자는 의지와 바람,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백세인생’이 결코 불가능하게 느껴지지 않는 요즘, 이 노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몰라서는 안 되는 대세 노래’가 됐다.

 

“3초짜리 짤방이 바꾼 인생”
‘짤방’이란 짤림 방지용 사진이나 영상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이애란 씨의 <백세인생>은 단 3초에 불과했던 이 짤방을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벼락인기를 얻었다. 물론 이 짤방은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 한 대학생이 올렸다. 처음엔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캡처 사진을 보고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유튜브 조회수가 190만 건에 이르고 이모티콘도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됐다.


“사실 이 노래는 1983년 국악버전으로 처음 나왔고요, 1995년 김종완 선생님(백세인생 작곡가)이 ‘저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답하리’로 발표했다가, 중간에 ‘저세상이 부르면’으로 바뀌고 편곡되고, 2013년에 ‘백세인생’이란 제목으로 저에게 왔어요. 아 그 짤방 올린 대학생이요? 감사하죠. 제가 식사도 대접하고 이모와 조카 사이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행운만은 아닌 25년 외길 노래인생
하루아침에 뜻하지 않게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이애란 씨를 반짝스타라고만 이름 짓는 건 무리가 있다. 이애란 씨는 어릴 때부터 동요 대신 가요를 즐겨 부를 정도로 준비된 트로트 가수였다. 마침내 1990년 방영된 드라마 ‘서울 뚝배기’의 OST를 부르며 정식 데뷔했지만, 이때부터 고난의 역사가 시작됐다. 자기 노래 없이 남의 노래를 부르며 다니다 2006년 ‘천년의 사랑’이란 곡으로 앨범을 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앨범을 전부 수거해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다.

 

 

 


“방송국에 앨범을 들고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요. 노래를 포기할까 생각도 하다가 인기가수가 못되더라도 노래는 계속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대가 아니고 방송이 아니더라도, 내 노래가 아니고 다른 가수의 노래라도, 그냥 요양원이나 장애시설이나 전통시장 같은 곳에 가서 노래를 들려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노래 부르기를 시작했어요.”


아버님이 주신 믿음이 버팀목
이애란 씨는 딸 부잣집 네 자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40살이 채 안 된 나이에 심장판막에 병을 앓게 됐다. 당시 무명시절이 길었지만,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동생들은 뒷전이고 어머니한테 용돈을 타 쓰며 철없이 굴었다는 게 이애란 씨의 고백이다. 그런 이애란 씨를 한없이 믿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분이 바로 94살의 나이로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님이었다.


“백세인생이 담긴 음반이 나왔을 때 아버지한테 들려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백세인생을 부르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죠. 아버님께서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라고 하셨어요.”


방송 출연료가 10배나 뛰고 각종 CF에다 게임광고에까지 등장하는 그녀. 결혼도 하지 않고 노래와 결혼했다고 수줍게 말하는 이애란 씨의 가수 인생 전성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원하는 것을 자꾸 되뇌고 주문을 걸면 무엇이든지 이뤄진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백세인생>을 노래하는 그녀는 어쩌면 백세까지 건강하게 우리에게 즐거운 노래를 불러주지 않을까?


“노래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25년 이상 꾸준히 연습해 이제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백세인생>에 주력하면서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노래를 메들리로 엮어 발표할 계획입니다. 지금처럼 많이 사랑해주세요.”

 

조형찬 | 경영기술국 경영심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