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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사모광장

대전MBC와 아침을 연 추억을 꺼내며

 

 

“안녕하십니까? 안정선입니다!” 대전MBC 라디오시사프로그램 <안정선의 시대공감>의 시작을 알리던 이 첫 인사는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잊히질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민망한 일이다. 처음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제안을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어찌 그리 신속하게 받아 들였는지.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기자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7시 15분부터 8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을 위해 새벽 5시 4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아이들 아침을 챙겨 놓고 6시 반이면 방송국에 도착했다. 아침이 열리는 갑천을 마주하고 앉아 원고를 보며 방송을 준비하던일, 방송 시작 전 부스를 열고 들어설 때의 긴장감 등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엔 걱정보다 기대가 컸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많았고, 청취자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말할 때마다 습관처럼 붙는 접두어와 빠르고 강한 어투, 50여분의 시간이 전쟁처럼 지나갔다. 매일같이 학생들 앞에서 말하는 게 일인 교수라는 직업이 무색하기까지 했다. 이제야 하는 고백이지만 그럴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연습하고 호흡을 정리하곤했다. 그러나 어려움보단 즐거움이 컸다. 피디, 작가와 함께 회의를 통해 일주일의 주요 이슈를 정리하고 인터뷰 대상과 내용들을 정리하며 지역민에게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노력했던 공동의 작업은 지금도 매우 소중한 인생의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되돌아보면 지상파 방송에서, 그것도 이른 아침 생방송으로 안정선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사프로그램을 기획한 대전MBC의 ‘용감한’ 제작진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 덕에 그분들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노심초사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반면 필자에게는 일 년 여 동안 새벽에 일어나는 일도, 하루에 시사 관련 자료를 7종 넘게 들여다보고 정리하던 일도,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없을 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다루었던 수많은 내용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논란이었다. 긴 시간, 열띤 토론이 이어졌던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는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코너를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안정선의 시대공감>은 때로는 엄중하게 사안을 마주하고, 때로는 청취자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시사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 함께한 시간을 통해 방송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의 노고와 그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가슴앓이를 알게 되고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된 것은 지역사회의 변화를 바라는 한 사람으로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제든 가감 없이 언론의 창으로 바라보며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보장되고 격려 받는 사회가 될 때 시민의 권리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방송 시작을 알리는 로고음악이 아직도 귀에 들리는듯한데 벌써 10년여가 지났다.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그 시절 느끼고 생각했던 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문득 보고 싶다. 새벽을 가르며 그 시간을 함께 했던사람들이. 방송 경험이 없던 필자로 인해 많이 힘들었을 피디와 작가, 기술국 식구들, 그리고 뉴스브리핑 코너에 함께한 기자들, 또 같은 시간대에 옆 부스에서 아침 뉴스를 전하던 아나운서들 모두 그립다. 더 나이가 들면 청취자들과 편하게 세상사를 나누는 ‘만담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농담반 진담 반으로 말하곤 했는데, 이런 소망이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