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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나는 일하고 싶다”

“나는 일하고 싶다”

지난 20일과 21일 대전MBC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동 주최한 박람회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주제는 ‘청년 해외 일자리 찾기’였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3포’, ‘5포’를 넘어 ‘N포’로 불리는 세대가 요즘 청년들입니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를 넘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해야 하는 사실상 ‘무한 포기’ 세대로 불리는 세대입니다. 한 편으로 자조적이고 한 편으로 냉소적인 이 말 속에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아픔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막상 장이 펼쳐졌는데, 청년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부터 대전MBC가 마련한 콘텐츠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 하는 우려까지, 조바심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저의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공식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틀 동안 8천 명에 육박한 방문객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코이카의 WFK(World Friends Korea) 해외봉사단 상담부스가 특히 주목을 끌었습니다. 해외봉사단원이 되려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어느 나라로 가게 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부스에 몰려 두 겹 세 겹으로 줄을 섰습니다. 상당수 상담원들이 배치가 되었는데도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한참 기다리다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일부 있었습니다.

 

눈에 두드러지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청년 해외 일자리 찾기’가 주제였지만 50-60대 중년층도 해외봉사단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특히 연구기술단지가 있는 대전 지역의 경우 ICT(정보·통신·기술) 쪽에 종사했다가 은퇴한 고급 인력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분들의 문의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해외봉사 상담부스, 중소기업 해외진출 부스에만 천여 명이 찾았다니 말입니다. 수명은 점점 늘어나서 ‘백세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청년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중장년층이 인생 2막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초청 인사들의 특강도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세계 최초 8천 미터 이상 16좌 등반에 성공한 엄홍길 산악인은 청년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의 강연을 했습니다. 그는 자신도 많은 실패를 했다, 안나푸르나에서만 네 번 실패했고 다섯 번 만에 성공했다고 소개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성공한 모습만 보면서 그가 운이 좋아 성공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 그는 38번의 도전 가운데 18번의 실패를 기록했던 것입니다. 도전과 도전을 거듭하면서 끝내 16좌 최고봉을 올랐다는 것이지요. 필자가 킬리만자로에서 걷는데 자신 있다며 기후 적응 과정을 밟지 않아 정상을 앞두고 고산병에 걸렸고 결국 포기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엄홍길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에서는 절대 오만해서는 안 됩니다. 산은 겸손해야 성공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지요.”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등 해외 진출 기업들과 계룡건설, 맥키스컴퍼니 등 지역 기업의 부스에도 청년들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어린이 벼룩시장에 참여한 어린이들도 해외 봉사와 해외 진출에 대해 일찌감치 배우지 않았을까요? 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마련된 에일리와 VIXX의 공연을 보려고 개막 전날 밤부터 수백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고 3백 명에 이르는 합창단원의 노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진행된 상식 퀴즈는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대전MBC-코이카 박람회는 지역 언론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우리는 “나는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회 박람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얻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후원으로 시작된 일자리 찾기 박람회가 정보에 목마른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행사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준비한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참석해 주신 분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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