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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1초에 2억 원

 

1초에 2억 원

이달 초에 뉴스를 통해 많이 들었던 말이‘1초에 2억 원’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미국 스포츠계의 가장 큰 행사인 ‘슈퍼볼’ 광고 이야기입니다. 슈퍼볼은 그 말의 뜻대로 ‘대형컵’, 즉 초대형 우승컵이라는 말입니다. 그해의 미식축구 최종 승자, ‘끝판왕’을 가리는경기이지요. 격한 경기인 탓에 온갖 장구를 갖춘 미식축구 선수는 동물로서의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근육과 근육이 맞부딪치고 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순식간에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는 경기,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빈틈을 노려 전략과 전술을구사해야 하는 지능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슈퍼볼은 미국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스포츠 이벤트이고, 슈퍼볼이 열리는 1월말에서 2월 초의 일요일은 ‘슈퍼선데이’라고 불립니다.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상업주의’도 이 한 경기를 위해 1년을 투자합니다. ‘슈퍼선데이’ 날에는 오프라인 쇼핑객이 확 줄어들고 대신 술을 파는 식당은 즐거운 비명을 지릅니다. 길거리는 썰렁할 정도로 인적이 줄어듭니다. 각 가정에서는 물 소비량이 확 줄어들었다가 전반전이 끝나고 참았던 볼일을 보러가는 시간에 급격히 늘어날 정도라고 합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일요일 저녁 예배까지 취소할 정도라고하니 인기를 짐작할 만하지요. 전국이 주목 하는 경기인 만큼 입장료도 만만찮습니다. 가장 값이 싼 입장권이 1,400달러, 우리 돈으로 160만 원이 넘고 가까이서 경기를 지켜볼수 있는 가장 비싼 티켓은 2,500만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슈퍼선데이’에 집중되는 미국 상업주의의 최고봉은 단연 ‘슈퍼볼 광고’입니다. 올해는 1초에 2억 원쯤 지불했다고 하는데, 통상 광고 길이가 30초니까 슈퍼볼 TV 광고한 편을 싣기 위해서 60억 원을 썼다는 이야기죠. 그런데도, 기업들은 슈퍼볼 광고를 위해 기꺼이 60억 원을 투자합니다. 광고비만 60억 원이니 광고 제작비는 또 얼마나 들겠습니까? 슈퍼볼 광고 한 편을 위해 기업들은 몇 십억 원, 몇 백억 원을 써야하는 셈이지요. 그런데도 이 경기에 광고를 내기 위해 기업들은 줄을 섭니다. 2016 슈퍼볼 시청자는 1억 4,400만 명으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총 광고비는 60조 천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2016년 한국 예산이 386조원이니, 하룻밤 축구 경기의 광고비가 한국 예산의 6분의1에 이른다는 겁니다.


2016 슈퍼볼 때는 모두 63편의 광고가 방송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자동차의제네시스(첫 데이트)가 63개 광고 가운데 광고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현대자동차는 USA 투데이의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이 회사가 내보낸 광고 4편 가운데 3편이 상위 6위 안에 드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순위에 들지 못한 광고 제작자와 담당자가 불쌍해지는 순간이네요). 30초에 60억 원 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 1억 명,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지켜보는 경기이기 때문에 광고 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지요. 해마다 벌어지는 일이지만 눈이 번쩍 뜨일만한 기록은 해마다 경신됩니다.


슈퍼볼의 비밀은 ‘콘텐츠’에 있습니다. 평소에는 축구를 보지 않는 사람도 그날만큼은TV를 봐야하고 그날만큼은 왠지 흥분되도록 하는 콘텐츠 말입니다. 헬멧 너머로 보이는 번쩍이는 눈과 어깨와 무릎보호대로 전신을 가려도 드러나는 탄탄한 근육들이 오직 승리를 위해 내달음칠 때 자제하려해도 솟아나는 그 원초적인 흥분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최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걸 슈퍼볼을 통해 다시금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드라마든 예능이든 재미있다고 소문난 프로그램에는 광고주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줄을 서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괜찮다고 입소문이 난 영화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보러가지만 또 다른 영화는 티켓을 거저 줘도 시간이 아깝다며 보러가지 않지요. 같은 동네에 지어진 같은 평수 아파트라도 어떤 회사의 물건은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팔립니다. 같은 돈을 내고 먹는 칼국수 한 그릇도 어떤 식당이 더 맛있다며 손님들은 그 집에만 몰리지요. 영화든,아파트든, 칼국수든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은 내용의 질입니다. 슈퍼볼이 50년 동안 역사를 쌓아왔으니까 그렇다고요? 50년 된 기업이 쇠락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문제는 역사가 아니라 콘텐츠의 질입니다. 빌클린턴 대통령의 말을 응용하면, ‘바보야,문제는 콘텐츠의 질이야(Stupid, it’s the quality of the contents!)”가 되겠지요.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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