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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도이정(就道而正)의 한 해, 아나운서 김경섭을 敎正(교정)해 주십시오.

취도이정 就道而正 - 진리를 따르며 자신을 교정하다.
새해를 맞이하며 책상에,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자동차 안에도 써 붙여 놓은 사자성어이다. 올해 마흔 둘, 방송생활 13년차인 나의 2016년 최대 과제는 진리, 그리고 교정. 단어만으로도 묵직한 부담감이 느껴지지만 이겨 낼 수 있고 이겨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2003년 대전MBC에 입사해 지금껏 부지런히 방송을 했다. 아니, 방송만 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모임, 술자리, 인위적 인맥관리에 나는 큰 관심이 없었다. 오직 방송. 내게 주어진 그날의 방송을 별 탈 없이, 무리 없이 잘 소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하루의 일과였고 목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처음부터 다듬어진 옥석이 아니었다. (아마 이 부분에 많은 분들이 그때를 회상할 듯싶다.) 좋게 말해 원석,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다고 할까(억지로라도 공감해주시길). 서툴렀고, 실수도 많았고, 그래서 배우고 고칠 것 투성이였다. 아나운서가 된 후 한참을 다른 곳에 정신을 둘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보통의 신입사원, 사회 초년생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나에겐 허용이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


시행착오가 용납될 수 없는 자리에서 매일 시청자와 청취자들에게 생방송으로 평가를 받아야 했기에 그 결과는 실시간으로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 시기에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아나운서를 그만둬야하나. (절박했다.) 하지만 방송이 좋았고 하다보면 늘겠지, 스스로 굳게 믿었다. 재능은 결국 하다보면 쌓이게 되어 있다고, 얼마나 절박하냐에 달려 있다는 한 선배님이 해주신 충고가 지금도 선명하게 귓가에 박혀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나는 장족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에겐 그저 손톱이 자라는 만큼의 발전을 거듭하며 13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2016년 현재 나는 대전MBC 간판 프로그램인 <생방송 아침이 좋다>, 지역민의 자체 건강 체크 프로그램인 <건강플러스>, 오늘의 지역 뉴스를 제일 먼저 보도하는 <TV 이브닝뉴스>를 맡고 있다. 또 라디오 <희망 찾기 민들레>를 통해 소외된 계층에게 따뜻함과 희망을 전하고 있고, 라디오 뉴스와 이외 시즌별로 스포츠 중계까지 소화한다. 자칭 대전MBC 대표 아나운서라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과 위치가 된 것이다. (임세혁 아나운서 선배님의 의견은 묻지 못했다.) 13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방송 스타일에 대해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지난해까지는). 그것은 내가 지난 시간동안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방송을 생각해 가급적 술자리는 자제했고, 외부 인맥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맺지 않았으며 꾸준한 운동을 통해 자기관리도 철저하게 했다. 그렇게 자부심은 자존심이 되었다. 물론 마흔 둘, 차장 대우, 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나운서 김경섭에게 자존심은 사회적 지위이며 체면이고 위신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말미에 나는 내 스스로가 참 높아졌구나, 하고 느꼈다. 한 순간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후배들의 노력하는 모습, 또 노력해도 되지 않는 모습, 노력해서 어느 정도가 되었다고 안주하는 모습, 또 그 안주함에서 벗어나 꿈 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훈수를 놓고 평가를 하는 모습이 13년 전 신입사원 김경섭의 모습과는 참 많이 달라졌구나 느끼게 된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논어를 읽었다. 취도이정(就道而正).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가르침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교정.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교정. 마치 신입사원의 포부로 발음과 표정, 그 안에 담긴 진심까지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임을 절감한다. 그리하여 지금으로부터 13년 후에는 스스로 자부심이 넘치는 아나운서 김경섭이 아닌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시청자와 청취자를 위하고 열정으로 방송하는 박시제중(博施濟衆, 널리 베풀고 많은 사람들을 구제한다)의 방송인 김경섭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이다.


사람은 변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변할 거면 가급적 좋은 방향으로, 그리고 그 변화가 함께 일하는 동료, 그리고 시청자, 청취자에게 전해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2016년, 진리를 따르고 자신을 끊임없이 교정해나갈 김경섭 아나운서의 변화를 예민한 촉으로 지켜봐주시기를...

 

김경섭 아나운서 | 편성제작국 제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