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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you

빌보드 1위를 꿈꾸며

 

 

 

지난달 대전MBC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그들의 절제된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니 9년 전, 신입이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놓여있는 사진으로 옮겨갔다. 입사 때 동기들과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은 점점 빛이 바래고 있다.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면 라디오에서 들려나오는 각양각색의 사연처럼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스쳐 지나간다.


M-story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다 불현듯 빌보드 1위 그룹 ‘Far East Movement’와의 만남이 떠올랐다. ‘Far East Movement’는 한국계 미국인 프로그레스(Prohgress)와 제이 스플리프(J-Splif), 일본계 미국인 키브 니시(Kev Nish), 필리핀계 미국인 디제이 버맨(DJ Virman)까지 아시아계 미국인들로 구성된 4인조 그룹이다. 모든 멤버가 아시아계라 그룹명을 ‘Far East Movement’로 정했다고 한다. 이 그룹은 2010년 ‘Like A G6’라는 곡으로 빌보드 차트 3주 동안 1위를 했다.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뉴스데스크에서 소개가 되기도 했다.

 

 

 


‘Far East Movement’와의 만남은 2007년 가을 라디오 음향감독 업무를 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대전MBC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를 자체제작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당시 별밤 진행자였던 박진희 아나운서로부터 특별한 가수의 인터뷰 녹음 작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녹음 시작 전 마이크 상태를 점검하고 오디오 콘솔을 세팅하던 중에 ‘Far East Movement’가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은 옷차림이 평범한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녹음과 함께 그 평범한 인상은 곧 사라지고 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앨범에 수록된 20개의 곡들을 직접 작사, 작곡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했다”는 인터뷰에서는 자신감과 열정이 넘쳐 보였다. ‘Far East Movement’의 일렉트로 힙합을 듣고 있으니 그들의 폭발적인 열정이 느껴졌다. ‘Far East Movement’와의 만남은 30분 만에 끝이 났다. 녹음이 끝난 후에는 CD 2장이 들어있는 앨범을 선물 받고 노래에 대한 감상평과 함께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그들은 라디오 스튜디오를 떠났다.

 

그들과의 만남이 있은 후 3년이 지났을 무렵 한국계 미국인 최초 빌보드 차트 1위라며 ‘Far East Movement’가 뉴스에서 소개되었다. “Like A G6 라는 곡으로 3주간 빌보드 차트 1위를 하고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름만 들었을 때에는 누구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다가 TV화면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니 3년 전 만났던 것이 떠올랐다. “내가 만났던 사람이 빌보드 1위가 될 줄이야...” 나는 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놀라움과 함께 3년 전 경험했던 강렬한 눈빛과 열정이 떠올랐다. 그때 내가 느꼈던 ‘Far East Movement’의 열정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내가 보고 느꼈던 열정은 빙산의 일각이었을지 모른다. 세계를 뒤 흔든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3주 동안 2위에 머무르다 끝내 1위를 못한 걸 보면 빌보드 차트 1위라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서 1위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방송 분야는 지상파가 전부였던 과거와는 달리 종편과 인터넷 방송들이 넘쳐나는 다매체 시대에 1등이 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대전MBC는 우리 지역의 1등 방송이라 자부할 수 있다. 빌보드 1위 그룹인 ‘Far East Movement’에게 느꼈던 열정을 매일 매일 동료들에게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족한 나의 열정을 채우는 일만 남았다. 지금 몸담고 있는 TV음향감독 업무에 하루하루 조금씩 열정을 채워 나간다면 우리지역 뿐 아니라 대전MBC가 빌보드 1위가 되는 꿈은 머지않아 이루어 질 것이다. 그 빌보드는 각자가 꿈꾸는 자신의 가슴에 있다. 스스로 선망하고 동경하면 에너지와 열정은 가득 넘쳐 또 다른 동료의 가슴을 적실지 모른다.

 

이상혁 | 경영기술국 방송기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