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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노벨상은 할머니 덕분

 

노벨상은 할머니 덕분

지난 10월 노벨 생리의학상이 발표됐을 때 수상자인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학 명예 교수는 많은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오무라 교수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기생충 감염병을 치료하는 약 개발을 이끈 연구로 윌리엄 캠벨, 투유유와 함께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인물이지요. 자신이 노벨상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 “상을 받은 건 미생물 덕분”이라는 수상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무라 교수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책상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교육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해 공업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는데, 이것이 그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고 야간부에서 가르칠 때 학생들의 대부분은 직장을 가진 청년들이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했지만 공부를 포기할 수 없어 야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었지요. 한 번은 기말시험 기간에 두 손에 기름을 잔뜩 묻힌 채 시험에 늦지 않으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온 학생이 있었는데, 이를 보고 오무라 교사는 자신도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과학자 오무라의 길이 시작되었지요. 그는 도쿄교육대학, 도쿄이과대학과학원, 기타사토연구소 등을 거치며 공부를 계속했고 마침내 도쿄대학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게 됩니다. 언젠가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눈이 멀게 된 사람들이 아무 할 일 없이 몇 날 며칠이고 강변에 나와 앉아만 있는 것을 보고 병의 원인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기생충을 발견했고 그의 연구는 치료약 개발의 도화선이 되었지요.


그런데, 이 모든 업적이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오무라 교수의 말입니다. 오무라 교수는 일본 야마나시 현 기타코마 군의 작은 농촌에서 5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농사 일로 바빴고 어머니는 교사였기 때문에 그를 돌보아 준 것은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언제나 오무라 사토시 어린이에게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생각해라” 라고 얘기했고 그것은 오무라의 삶을 지배하는 철학이 되었습니다. 그가 약학을 전공한 것도 어쩌면 가장 ‘손쉽게’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으려다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는 할머니의 말은 눈을 멀게 하는 병의 치료약을 개발함으로써 아프리카에서 활짝 꽃을 피웠습니다. 지난 2004년 그가 아프리카의 가나를 방문했을 때 눈이 먼 남성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두 가지 기쁜 일이 있습니다. 하나는 가려움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 눈은 안 보이지만 아이에게 병이 옮지 않게 된 것입니다.” 당시 아프리카에서는 심한 가려움을 동반하고 심하면 장님이 되는 ‘하천맹목증’이 거의 없어졌다고 하는데, 오무라 교수 팀이 개발한 이버멕틴이 무상보급된 덕분이라고 하지요. ‘뒷방 노인네’는 맞벌이 부부가 무료로 아이 맡기는 사람 정도로 알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은 삶의 지혜로 손자, 손녀들에게 전달됩니다. 손자와 손녀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이제 더 이상 한 가정에서 같이 살지 않습니다. 많은 가정이 핵가족이 되면서 떨어져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요. 오무라 사토시 어린이에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생각하라”고 가르쳤던 할머니의 말은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암흑세계에서 탈출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실험실과 교실에만 가두지 않고 예술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사비 5억 엔 (약 50억 원)을 투자해 고향인 야마나시 현에 미술관을 설립해 자신이 수집한 미술작품 1천 8백여 점을 기증했다고 합니다. 또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야마나시 과학아카데미를 만들어 명예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지요. 이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위대한 손자를 길러낸 것은 평범한 할머니의 위대함이었습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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