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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해봤어?

 

해봤어?

“이봐, 해봤어?” 40대 이후 세대에서 이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흔히 말하는 ‘간첩’ 취급을 받을 겁니다. 역사의 인물로 사라졌다가 올해 ‘탄신 100주년’이라며 현대 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기념행사의 주인공 정주영 씨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현대’라는 이름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든 장본인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닦았던 몇 안 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가 생전에 즐겨 썼다는 말이 바로 “이봐, 해봤어?”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임원들이 자본이 부족하다, 기술이 부족하다, 기간이 부족하다 등 각종 이유를 대면서 안 된다고 했을 때 그는 눈을 똑바로 뜨고 반문했다고 하지요. “이봐, 해봤어?”


정주영 씨 생전에 현대에서 근무한 사람들 가운데는 ‘전설’같은 일화들을 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렸던 그가 해외 출장을 갈 때면 현지 사무소는 초비상사태에 빠졌습니다. 출장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현지 직원들은 그의 동선을 몇 차례나 사전 답사를 했다고 하지요. 공항에서 내릴 때부터 귀빈실을 거쳐 자동차를 탈 때에 이르기까지 며칠에 걸쳐 초 단위로 동선을 파악하고 점검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국빈 방문의 경우에는 아예 공항이 달라서 훨씬 수월하지만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서 민간 공항을 이용해 귀국할 때는 아무리 귀빈(VIP)이라도 대기하는 승용차가 공항 청사 출구에 차를 바로 댈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직원들은 자동차를 두세대 동원해서 경찰이 정차를 못하게 하면 한 바퀴 돌아오고 또 돌아오고 해서 정 회장이 나오는 시간에 정확하게 탑승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한 번은 미국 어느 도시에서 길을 가던 정 회장이 테니스장을 지나다가 갑자기 테니스를 치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현지 직원들은 당황했습니다. 준비한 테니스 라켓도 없거니와 비어있는 코트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한 직원은 정신없이 현지 사무실에 연락해서 테니스 라켓과 셔츠 등을 물색하는 사이 다른 직원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그는 부리나케 플레이를 하고 있는 미국인 두 사람에게 접근했습니다. 여차여차해서 사정이 급하게 되었으니 한 게임만 하게 해달라고 사정을 한 거죠.


그 직원의 얼굴에 있는 ‘사색’을 보았던지 미국인들은 코트를 비워주었고 정 회장은 테니스 한 게임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무지막지한 에피소드는 현대라는 기업에 무수히 많습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라는 주문 말이지요. 돌이켜보면, 정주영씨는 미국이라는 어려운 시장에 나가있는 직원들을 테스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법대로 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고,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직원들이 실천하고 있는지를 시험하고 싶었다는 거지요. 기술에서나 디자인에서나 너무나 뒤떨어져 있는 후발주자가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죽기 살기로 대결하는 것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1952년 12월,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도 유명한 일화이지요.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부산에 있는 유엔군 묘지를 방문하도록 되어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방문 일정에 다급해진 것은 미8군이었습니다. 묘지의 주변 정리는 비교적 깔끔하게 했지만 매서운 한국의 겨울에 잔디는 다 말라버려 황량하기 그지없었다고 합니다. 미8군은 몇 개 업체를 접촉했는데,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을 했는데, 정주영 씨가 나섰다고 하지요. 묘지를 새파란 잔디로 덮을 수 있다고 말이지요.


그는 한국의 추운 겨울을 나는 푸른 보리를 떠올렸고 아이젠하워가 도착하기 전에 유엔군 묘지를 새파란 보리 싹으로 덮었습니다. 한국 잔디와 미국 잔디가 다르다고 하는데, 그들이 그것이 보리인지 잔디인지 알 턱이 없었던 거지요. 설사 미8군에서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아이젠하워는 흡족하게 유엔군 묘지에서 참배를 끝냈고 정주영은 이후 미8군에서 나오는 수많은 대형 공사를 따냈다는 일화입니다.


정주영 씨의 신화는 만들어진 신화이며, 당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오늘날 현대로 성장했다는 비판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지와 리더십은 아직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안 된다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힘들어서 안 되고 이익이 적어서 안 되고, 귀찮아서 안 되고, 안 해도 되니 안 되고..., 이유와 핑계를 귀신같이 찾아내지요. ‘해봤어?’ 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안 되더라도 달려들고 끝내 되게 만드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압니다. 안 하는 사람은 이미 한 가지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하나 줄어들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위대한 사람, 성공한 사람을 꿈꾸면서도 그들의 행동은 따라하지 않지요. 그 결과는 안 봐도 압니다. 성공에 우연은 없으니까요.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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