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ithyou

‘원자력 안전’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다 - 프랑스 · 헝가리 취재기

 

 

원자력 발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화석 연료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뛰어나지만, 후쿠시마 사례에서 보듯 한 순간의 사고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세계 원전 강국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얼마나 잘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헝가리에서 원자력 안전 관련 기획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안전기술’이 원자력 발전의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 2위 원전 강국 프랑스의 안전

관리프랑스는 원전 85곳을 가동해 전체 전력의 75%를 얻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원전 강국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 뒤에도 프랑스 국민 대다수는 원자력 발전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나서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기초 연구를 충분히 진행하고 있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기 때문에 안심하는 것이다. 지진 피해가 거의 없는 프랑스이지만, 원자력청에서는 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한 모의실험이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가 원자력 안전기술과 관련해 책정한 예산만 우리 돈으로 14조 원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원전 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국민의 불안감을 말끔히 씻겠다는 의도이다.

 

 

기초과학 강점 살려 원자력 안전 꾀하는 헝가리

동유럽의 과학강국 헝가리 역시, 기초과학이 우리보다 강하다. 우리에게는 한 명도 없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14명에 달할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헝가리와 원자력 안전 공동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헝가리의 고급 연구시설을 활용해 실험을 하기 위한 것이다. 1970년대부터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새로운 발전소를 짓거나, 주요 기술을 개발하는 응용연구는 아주 뛰어나다. 그러나 기초과학 기술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선두주자로 경쟁자들을 이끄는 First Mover가 아니라, Fast Follower로의 역할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가

동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거대한 트렌드 변화가 나타났다. 이제는 발전소를 얼마나 잘 짓느냐의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잘 읽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이끌고 있는 국제 공동 실험인 ‘ATLAS’는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설치된 ‘아틀라스 실험용 원자로’에서 나온 각종 데이터를 프랑스와 헝가리를 포함한 OECD 15개국이 각자 나눠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32억 원의 기술료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분석 자료를 공유 받아 원자로 사고 발생 시 대처법을 미리 실험할 수 있다.

 

원자력 안전 기술에 대한 충분한 투자는 이웃나라 중국의 부상에 맞물려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원자로 110기를 새로 건설해 202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원자력 발전국에 오를 전망이다. 때마침 한중 FTA로 국회 비준을 통과하고 발효를 앞두고 있다. 중국이 원자로를 건설할 때 안전과 관련된 우리 기술을 수입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상대하기 벅찬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원자력 안전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한다. 중국의 원자력 안전은 우리의 안전과도 밀접하다. 중국의 원자로들이 대부분 우리나라와 서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동남해안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남짓한 출장기간 동안 앞으로는 프랑스와 헝가리 취재진이 우리나라의 선진 기술과 문화를 보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안전기술을 개발해 한시라도 빨리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도 더 커졌다.

 

고병권 | 보도국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