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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이제는 세계의 문화유산이 되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1,400년 전의 역사. 고대 삼국 시대, 왜에 문물을 전수해 일본 문화의 초석이 되었던 나라. 크기는 작았지만 국격은 높았던 나라.
충청도는 백제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곳곳에 백제의 유물과 유적이 자리해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것은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처럼 우리는 그동안 주변의 백제 유산을 가볍게 본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학창시절 소풍갈 때 들렀던 무령왕릉, 밤에 성벽을 따라 켜진 등불이 아름다워 동네 뒷산처럼 산책 가던 공주 공산성의 이미지가 전부였지요. 저도 취재차 간 적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제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독일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세계유산 가운데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2번째 쾌거이자 충청권 대표 역사 유적이 세계의 인정을 받게 된 것이죠.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와 부여, 전북 익산에 있는 백제시대 대표 유적 8곳을 한데 묶은 것입니다. 공주 공산성, 송산리 고분, 부여 부소산성과 관북리 유적, 능산리 고분, 정림사지, 부여 나성, 그리고 전북 익산의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등이 그것입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는 10년 전부터 추진돼왔습니다. 충청남도와 공주시, 부여군, 전라북도 익산시가 각자 등재를 추진해오다 지난 2011년에 손을 맞잡았고 문화재청도 ‘백제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문화유산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고, 공식적인 등재절차에 착수한지 10년만에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실을 맺은 겁니다.

대전MBC도 지난 10년을 함께 했습니다. ‘잃어버린 백제를 찾아서’ 15부작으로 지역 방송 최초로 백제 문화의 우수성을 집대성했고, ‘백제, 설화에 묻히다’ 3부작과 ‘무령왕의 꿈, 갱위강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문화유산을 향한 백제의 도전을 응원했습니다.

 

 

대전MBC 취재팀, ‘백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LTE’로 알리다
심사 당일이었던 지난 주말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독일 현지에서 문화재청 관계자와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현장 상황을 확인했고, 저를 비롯한 대전MBC 취재팀은 발표 직전의 긴장감 또는 등재 확정의 기쁨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공주 공산성에서 LTE 현장 중계를 준비했습니다.
유네스코 심사 전에도 전망은 밝았습니다. 2개월 전 사전 심사를 담당하는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이미 등재를 권고했고, 21개국 상임이사들 가운데 반대 여론을 제기하는 이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유일한 변수였던 강제노역 역사가 담긴 산업혁명 시설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던 일본의 심사 순서가 당초 우리보다 앞에서 뒤로 밀린 것도 호재로 작용했습니다.(일본은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강제 노동’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등 심사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했습니다. 뒤에 다시 말 바꾸기를 해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지만요.)

당일 저녁 7시가 넘어 등재 확정 소식이 독일 현지에서 전해졌습니다.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생중계를 준비할 수 있었죠. 낮에 공산성을 찾아 관광객과 해설사들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등재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변 없이 등재가 확정돼 기쁜 마음도 컸고요. 하필 당일에 천안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로 리포트 제작이 겹치는 바람에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터라 보람도 느껴졌습니다. 그날따라 공산성이 밤하늘 아래에 더욱 밝게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공산성을 찾은 시민들께 기쁜 소식을 미리 전해 함께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성할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주변의 백제 유적을 지나치게 소홀히 여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세계유산 등재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백제 유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세계 문화로서의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시청자 여러분은 백제의 역사이자 세계가 인정한 충청의 유산을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이번 주말부터 백제 역사 탐방에 나서는 건 어떨까요? 백제의 유산이자 세계의 문화가 된 곳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