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당신의 하루가 궁금합니다.”
“전 라디오를 들으며 자랐어요. 중학교 때 손지혜 선배님이 진행하던 <정오의 희망곡>에 사연도 보내고 전화 인터뷰도 했었어요.(웃음) 지금은 한 공간에서 같은 방송인으로 만나니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한 디지털 시대의 DJ
<대한민국 김장나눔 대축제>, <견우직녀축 제> 등 축제 현장에서 리포터로 활약했던 박정희 MC. 지금은 대전MBC 라디오프로그램 <이야기가 있는 저녁, 박정희입니다>를 통해 오후 7시 20분부터 8시까지 40분간 청취자와 만나고 있다. 자신을 ‘라디오 키즈’라 소개할 만큼 그녀의 삶에서 라디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저를 키운 건 8할이 라디오예요. 초등학교 때부터 ‘말하기’와 관련된 대회는 거의 모두 참가했어요. 학교에서 우승하면 도 대회, 그리고 전국 대회까지. 연습과 대회 참가 때문에 빠진 수업은 밤에 친구 노트를 보며 보충했어요. 그때 제 곁을 지켜준 짝꿍이 라디오였죠.”
모두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 쓸쓸히 공책을 넘겼던 회상 때문일까, 곱기만 한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새벽까지 라디오를 듣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꼭 공부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늦게까지 퇴근 못한 엄마를 기다리기도 하고 혼자 생각하기도 하는 시간이었어요. 전 새벽 공기가 좋았어요.”
그녀가 라디오방송을 즐겨듣게 된 데는 사실 그만한 사연이 있다. 12살 되던 해,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엄마가 일을 하셔야 했고, 그런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보다보니 늦게 잠들 때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라디오는 좋은 친구였다. 때로는 가슴에 숨겨둔 이야기를 엽서에 적어 보내기도 했고 라디오 DJ를 흉내 내며 테이프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기도 했다. 어설프기는 했지만 밤잠과 바꿀 만큼 달콤한 시간이었다.
라디오를 통해 위로받는 사람들
“그때 녹음한 테이프가 아직도 방에 가득 있어요.(웃음) 지금은 동생들과 추억처럼 웃으면서 듣지만, 당시엔 나름 꿈을 이루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었죠.”
푸르른 10대 시절. 정희 씨의 꿈은 일찌감치 라디오 진행자였다.
“여느 때와 같이 라디오를 듣고 있을 때였어요. 무심히 사연을 듣는데 제 이야기 같이 들렸어요. 아빠의 죽음, 사춘기도 뛰어넘어야 했던 ‘어른아이’. 사연의 주인공은 용기를 잃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격려를 부탁했죠. 아! 나만이 아니구나. 더없이 따뜻했고 살아갈 용기가 났어요. 아빠처럼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삶이니 후회 없이 살자고.”
차분한 톤으로 자신의 엽서를 읽듯 말하는 정희 씨는 가볍게 주먹을 쥐어 보이며 웃었다. 그때 라디오가 주는 위로의 힘을 절감했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위로처럼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고. 그 진심은 정희 씨를 라디오 진행자로 만들었다.
“야외 행사장에서 어느 여성 방청객 한 분이 뛰어와서 ‘정희 씨, 나야 나∼, 9482∼9482∼’ 하시며 반갑게 손을 덥석 잡아 주셨어요. 이름보다 휴대전화 번호로 기억하고 있었던 애청자 중 한 분이셨어요. 사연 주인공들의 삶이 궁금해 꼼꼼히 읽다 보니 청취자 한 분 한 분에게 애정이 생기죠. 어떤 분들은 딸처럼 반겨주고 속상한 일이나 개인적인 고민도 털어놓으세요. 그럴 때마다 힘을 드리고 싶어서 같이 고민하고 웃어주고 위로해 드리죠.”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날들, 그 이야기를 음악과 풀어내는 것은 매일 청취자와 만나는 방송의 특성상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있는 저녁>은 소소한 그들의 사연에 울고 웃게 하는 힘이 있다. 소박하지만 진정이 담겨있는 따뜻한 방송을 원한다면 박정희 MC의 <이야기가 있는 저녁>을 추천한다. 당신의 하루가 진심으로 궁금한 그녀가 기다리고 있으니.
안시언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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