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소설가 김연수는<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서 빗소리의 경쾌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녀의 목소리도 ‘솔’ 정도 되지 않을까?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처럼’ 매일 아침 기분 좋게 청취자들의 아침을 열어주는 그녀, 이은하 DJ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FM 모닝쇼 이은하입니다”
아침 7시, 97.5MHz에 라디오 채널을 맞추면 어김없이 생기발랄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FM 모닝쇼>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청취자들을 위해 평소보다 한 톤쯤 목소리를 높인다고.
“제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이 활기차게 아침을 열고 그 행복감이 하루 종일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음악도 될 수 있으면 밝고 경쾌한 가요와 팝을 선곡합니다.”
지난 4월 7일이 <FM 모닝쇼>를 진행한 지 7주년 되는 날이었다는 그녀는 방송이 없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7년 넘게 매일 아침 7시에 청취자들을 만나왔다. 매일 아침 긴장감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을까?
“아무래도 아침 생방송이니까 긴장되죠. 목도 풀고 여유 있게 방송 준비를 하려면 새벽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해요. 이제 어느 정도 습관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알람을 시간차 두고 7개나 맞춰 놓고 있어요.(웃음). 그래도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니까 그만큼 시간을 버는 셈이라 좋아요.”
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처럼 다양한 매체가 생겨나면서 라디오의 인기가 전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귀로만 듣기 때문에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매체가 대신할 수 없는 라디오만의 장점이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아날로그 감성도 라디오의 매력이라고 이은하 DJ는 말한다.
“하루는 예비군 훈련을 가야하는데 군화가 없어서 난감하다는 문자가 왔어요. 그러자 방송을 듣던 다른 청취자께서 곧바로 자신의 군화를 빌려 주겠다는 연락을 하셨죠. 덕분에 무사히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실 수 있었어요. 또 한 번은 직장 동료가 새벽에 갑자기 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헌혈증이 많이 필요하다는 사연에 즉석에서 100장이 넘는 헌혈증을 모아 전달해드렸던 일도 기억에 남네요.”
7년 동안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청취자들이 친구 같고 가족 같다는 이은하 DJ. 그녀는 이렇게 매일 아침 <FM 모닝쇼>라는 공간에서 청취자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고 소통한다.
“밤에는 꿈을 꾸고 아침에는 꿈을 이룹니다. 꿈을 이루는 아침, FM 모닝쇼! 내일도 함께 해주세요.” <FM 모닝쇼>의 클로징 멘트다. 그녀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 마치 주문처럼 꿈이 이루어질 것만 같다. 내일 아침 그녀의 목소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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