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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코너

대전MBC <즐거운 오후 2시>-청취자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



어린 시절 지지직거리는 라디오의 안테나를 부여잡고 잠들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커튼에 기대도 보고, 고무줄로 묶어도 보고, 키 큰 화분의 나뭇가지 사이에 끼워도 봤지만 라디오에선 늘 잡음이 들렸고 그걸 깨끗이 멈추게 했던 건 언제나 내 손, 내 몸이 최고였다. <즐거운 오후 2시>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오후 2시를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람’, 애청자이다.


<즐거운 오후 2시>는 매일 청취자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부터 사는 곳의 날씨와 풍경을 알려오고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오늘은 어떤 기쁜 일이 있고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문자와 전화로 이야기 해 준다. 소소한 것에서도 깨알 같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청취자들, 그들의 그런 행복 에너지가 <즐거운 오후 2시>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다.

그 중 ‘괜찮아요 노래방’은 <즐거운 오후 2시>의 백미이다. 코너 제목이 이미 말해 주듯 음정, 박자 다 틀리고 심지어 가사를 바꿔 불러도 언제나 ‘딩동댕’이다.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부여잡고 두 눈 꼭 감고 불렀을 청취자의 그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이런 청취자의 마음을 가장 먼저 읽어내는 건 김주홍, 이수진 두 MC다. 무인도에 홀로 떨어져도 그 안의 온갖 생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재밌게 살아 갈 것 같은 김주홍 MC는 수화기 너머 청취자의 파르르한 떨림을 이런저런 이야기와 질문들로 안도하게 만든 후 기분 좋게 노래를 시작하게 만든다. 이런 인터뷰 솜씨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그는 때로는 큰오빠처럼, 때로는 아버지처럼, 또 때로는 개구쟁이 동창생처럼 청취자들을 위로해 준다.

그럴 때 옆에서 청취자를 후련하게 해 주는 건 이수진 MC다. 그녀가 순간순간 던지는 한 마디는 남편 때문에 속상하고 자식 때문에 서운했던 주부들의 까만 속을 뻥 뚫어 준다. 게다가 여느 개그우먼 부럽지 않을 정도의 순발력과 위트는 청취자와 프로그램의 시원한 청량제가 되어 준다. 이런 그녀를 청취자들은 무릎에 앉혀놓고 내려놓지 못하는 손주나 막내딸처럼 마냥 예뻐해 준다. <즐거운 오후 2시> 애청자들의 영원한 귀염둥이, 그녀가 바로 이수진이다.


두 MC의 진가는 <고향의 전설> 코너에서 빛을 발한다. 지역 곳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숨겨진 전설이나 민담을 라디오 드라마로 풀어내는 이 코너에서 두 사람은 가히 일당백 역할을 하며 팔색조처럼 변한다. 전문 배우도, 전문 성우도 아니지만 두 사람의 연기는 결코 그들 못지않다. 이런 두 MC에게 청취자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시상하며 상상속의 레드카펫에 서게 해 준다.

최고의 배우, 최고의 방송 뒤에는 언제나 최고의 감독이 있기 마련이다. 두 MC가 이렇게 마이크 앞에서 충분히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건 권성주 PD 덕이다. ‘교회 오빠’처럼 바른 이미지에 따뜻한 미소와 말투까지 겸비한 권성주 PD는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하고 허용할 것만 같다. 따뜻한 태양이 결국 나그네의 코트를 벗겼다는 동화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리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아닌 청취자를 위해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를 한 순간도 놓지 않는다. 사람을 보는 따스한 시선 속에서도 PD의 냉철함을 잃지 않는 진정한 수장, 그 덕에 나른한 오후는 다시금 싱싱하게 살아난다.

<즐거운 오후 2시>는 이렇게 매일 누군가의 활력이 되고 위로가 되고 싶다. 눈앞에 희망이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그리고 ‘다 괜찮다’고 다독여 주고 싶다. 그렇게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고 그 희망을 응원하면서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면 <즐거운 오후 2시>엔 언제나 흐뭇한 미소가 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