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30년 뒤
전 세계에서 ‘백투더퓨쳐 (Back to the Future)’ 붐이 한창입니다. ‘백투더퓨쳐’는 1989년 (국내에는 1990년) 개봉됐던 영화 제목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는 브라운 박사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탐험에 나서는데, “박사님, 지금이 언제죠?”라는 마티의 물음에 박사는 “2015년하고도 10월21일이지”라고 답을 합니다. 당시 영화 속의 시간은 1985년, 그러니까 두 사람은 30년 뒤의 미래에 상륙하게 된 겁니다.
1985년으로부터 30년 뒤의 세계는 당시의 영화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선사했습니다. 마티는 저절로 끈이 조여지는 신발을 신고 악당들을 피했으며, 안경 같은 것을 끼고 텔레비전을 보는가 하면 벽에 걸린 TV 모니터로 화상 통화를 합니다. 브라운 박사는 ‘재생 병원’에 가서 주름을 펴고 모발을 이식하며 피를 교체하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영화 속 한 장면들’이었지요.
1985년 실제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1985년 10월 21일자 ‘oo일보’는 겨울을 앞두고 전기난로와 연탄난로를 고르는 요령을 다룬 기사에서, 연탄난로 화덕 두께는 2 센티미터가 넘어야 불길이 잘 편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산 강사와 책 외판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도 보이고 음성다중칼라TV와 카세트를 할인판매 한다는 백화점 세일 광고도 보입니다. 음성다중TV는 당시에 권장가격이 52만 5백 원으로 적혀있군요. 연탄난로가 보편적이던 시대에 화상 통화를 하고 지문으로 출입문을 열고 ‘재생병원’에서 젊은 피부와 피로 바꿔 끼는 화면이 얼마나 충격적 이었겠습니까?
그런데 한 세대 만에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었지요. 안경 같은 걸로 TV를 보던 것은 ‘구글글래스’로, 3D로 영화 광고를 하는 장면은 홀로그램으로 현실이 되었고, 주름살 제거 수술의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로’ 여행을 가던 젊은이들은 이제 없습니다. 시속 200-300 킬로미터로 달리는 KTX에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각자의 세계에 몰입해 있습니다. 지문으로 출입문을 여는 것은 물론 자동으로 열리는 문은 어린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30년 뒤, 2045년에는 어떤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백투더퓨쳐’에 나왔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매연보다 더 무서운 ‘환경공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성형수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부품’ 갈아 끼우듯이 눈, 코, 입은 물론 피까지 갈아 끼는 세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화성이나 달에 전원주택을 짓고 휴가를 그곳에서 보낼지도 모르지요.
아이러니는 상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입니다. 좋은 것만 기억하기에 과거는 언제나 아름답다는 말이 있지만, 30년 전의 그때가 더 행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요? 누리는 것은 지금보다 더 적었지만 서로 더 가까웠던 것 같고, 더 가난했지만 더 순수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까닭 말입니다. 때문에 한 케이블 TV에서 방송됐던 1990년대 시리즈에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은 아닐까요? 타임머신이란 것이 현실 속에서 불가능하니 픽션 속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것이겠지요. 30년 뒤를 생각하면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됩니다. 30년 뒤에는 보나마나 30년 전의 지금을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까요. 지금 여기, 오늘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백투더퓨쳐’를 보면 문화 콘텐츠가 얼마나 세계를 지배하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대전MBC가 그런 일을 해내야겠지요.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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