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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취재기>-바이러스에 지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 지는 것이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대전에 상륙한(엄밀히 말하면 지역의 첫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한) 6월1일 이후 기자의 일상은 작지만 거대한 충격과 공포를 안기고 있는 바이러스와 그것에 맞서 사투의 나날을 벌이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 방역 공무원들에게 집중돼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머나먼 열사의 땅에서나 도는 전염병으로만 알았지만 그것은 불과 열흘 사이에 외신 속 토픽이 아니라 감염자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지역사회의 보건체제를 위협하는 눈앞의 위험 요소로 맹렬히 터잡고 있다.


새로운 질병이기는 하지만 메르스 보도는 사스와 신종플루등 여느 전염병 취재와 다를 바 없다.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부딪쳐 가며 방역의 현실과 문제점을 조명하고 시청자들에게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과 전망을 제시하는 작업이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3년 남짓한 병이라 전문가 집단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 직접 외국의 학술지를 찾아보고, 우리보다 앞서 메르스와 투쟁한 중동지역은 물론 미국과 영국 등 보건 당국의 자료를 입수하는 것도 현장 취재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염병과 싸워온 것이 인류의 역사였지만 새롭게 등장한 낯선 병원체 때문에 시민들이 갖는 공포와 불안감은 상당히 큰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무는 무엇일까?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방역 당국을 비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2차 감염이나 3차 감염에서 촉발된 것과 같은 대규모 전염 사태를 막고 대중의 근거 없는 불안 심리만이라도 덜기 위해 올바른 방역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보도국 취재부의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 제작은 물론, 제작부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시사광장>과 편성국의 아침 정보 프로그램 <아침이 좋다>, 그리고 저녁 라디오 프로그램인 <생방송 오늘>에 기자(필자)가 출연한 것은 그와 같은 이유에서다. 취재 일정도 빠듯한 게 사실이지만 대전MBC의 가능한 모든 매체를 이용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기자가 가감 없이 정보를 전달한다면 메르스로 혼란스러운 시·청취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뉴스 제작보다 훨씬 더 긴 출연 분량을 소화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연구하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취재 현장에서 놓쳤던 부분도 다시 확인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메르스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취재 일선에 선 기자들 역시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쓰고 있으면 숨도 쉬기 힘든 마스크와 의료용 장갑을 끼고 하루에도 여러 번 세정제를 찾지만 불안감을 떨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에 대한 대전MBC의 취재는 중동발 바이러스의 기세에 전혀 눌리지 않고 맹렬히 전개되고 있다. 어쩌면 기자들은 인류의 대 병원체 투쟁사의 변곡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인류를 괴롭힌 숱한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워 때로는 이기고, 최소한 발병 원인까지는 알아낸 저력이 메르스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기로에 서 있는 장면을 지역에서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바이러스에 지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간과 전염병이 지난 100년간 벌여오고 있는 전쟁의 교훈이라는 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