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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정보 수집은 더 빠르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정보 수집은 더 빠르게

화려한 음악프로그램을 보거나 특집 뉴스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그가 눈여겨보는 것은, 카메라 배치와 기타 방송 장비들이다. PD나 카메라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덧 20년 차에 접어든 최종명 방송기술부장의 TV 시청 습관이다.

“방송기술인은 프로그램 제작·송출과 관련된 장비를 관리하고 유지 보수하는 업무를 맡아요. 방송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송이 잘 나갈 수 있도록 그림자처럼 일하는 사람들이죠.”

올해 안식년에 들어간 차태헌 센터장을 대신해 이달 15일 부터 대전MBC 방송기술부를 이끄는 최종명 부장의 말이다. 방송기술부는 LTE 급으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시청자의 눈높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명 때문에 늘 고군분투하는 부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의 화려한 겉모습에 비한다면 그들의 역할은 언제나 뒤편에 가려져 있는 것이 사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요. 2013년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이제는 HD방송을 넘어 UHD TV(HD TV보다 네배 이상 해상도를 지원하는 방송 기술) 시대를 준비하는 현실이잖아요. 그만큼 새로운 방송기술 정보도 빠르게 습득해야 하죠. 그래서 기술부 사원들은 방송기술과 관련된 포럼이나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방송기술의 트렌드와 동향을 살펴봐요.”

최 부장을 포함한 방송기술부 직원들은 지난 3월 26일 북경에서 열린 중국 국제방송케이블위성기기박람회(CCBN)를 비롯해, 5월 19일 서울에서 개최한 KOBA 박람회에 참석해 세계적인 방송기술 트렌드와 UHDTV, 스마트 미디어, 특수제작기술 등 방송장비와 기술의 동향을 살펴봤다. 그에 앞서 11일 대구에서 열린 기술정책포럼에도 참가해 방송기술 현안을 토론하는 의미 있는 시간도 가졌다.



 






방송의 시작과 끝을 지킨다, 방송기술부

“한 번은 폭설이 내린 서해안 지역 취재 때문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눈이 마구 쏟아져 현장까지 못 간 적이 있었어요. 당장 저녁 뉴스에 나가야 하는데, 오도 가도 못하고 결국, 폭설에 막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생방송 진행을 했죠.”

기술 장비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몸으로 하는 일은 줄었지만, 방송사고라는 지뢰에 대한 긴장감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한 가지 일을 10년 동안 열심히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는데, 방송기술 업무는 20년을 해도 ‘나 잘해요’라고 말하기 어렵다. 도처에 내재하고 있는 방송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모든 장비의 상태를 최적화하는 일, 오점 하나도 없어야 끝이 나는 업무가 이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서지 않지만, 누구보다 화면 일분일초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그들이다.


“방송 장비에 오류가 발견되면, 물론 생방송일 경우 그 즉시 수습을 하지만 녹화 방송 중일 때는 방송 녹화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정비에 들어가요. 그 시간이 자정이 될 때도 있고 새벽일 때도 있어요. 새로운 장비로 교체할 때도 마찬가지로 정규 방송에 지장 없이 교체해야 하니 퇴근 시간을 딱히 정할 수 없어요. 함께 밤을 새우며 작업하는 사이라 그런지 우리 팀은 유대관계가 좋아요.”


유대관계가 유달리 좋은 기술부 직원들이 꼽은 방송국 보물 1호는 2012년 구축한 HDTV 중계차다. (‘뉴스센터의 DLP(Digital Light Processing) 장비도 빼놓을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HD 카메라를 무려 7대나 장착한 중계차는 가요베스트와 스포츠 중계, 한빛주간콘서트 등, 방송국 밖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을 선명하고 생생한 화질로 안방까지 전해준다. 중계차가 현장에 출동하는 날이면 누구보다 빨리 일이 시작되고, 누구보다 늦게 일이 끝나지만 ‘우리 중계차’라며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현장에서 ‘우리 중계차’를 바라보면 늠름해 보여요. 멋져 보이지 않아요?”


방송의 시작과 끝을 지키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 대전MBC를 빛나게 하는 보물은 최첨단 방송기술 장비보다 화면 뒤에서 발로 뛰는 이들이 아닐까.

안시언 | 사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