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달불능점’에 도달하는 BBC <2015 KOBA 월드미디어 포럼 리뷰>
“To be or not to be”
이번 월드미디어 포럼의 주제이다. 숙연할뿐더러 주제어로는 전형적인‘클리셰’이다. 하지만 현재의 절박한 미디어 생태계를 ‘죽느냐, 사느냐’라는 직설적 문구보다 잘 나타내는 표현이 없을 만도 하다.
BBC,EBU등 유럽지상파 연합과 아카마이,구글,넷플릭스 같은 인터넷기반 네트워크기업이 참가해 향후 미디어의 험준한 노정을 조망해보는 예견의 현장이었다. 미디어 축의 변곡점에서 볼 때 주목할 만한 시선중 하나는 BBC의 ‘도달하기 불가능한 시청자’ 공략이었다. 영국사회는 1990년대 인터넷 보급, 1인 가구 증가,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 등으로 전통적 거실 TV의 시청률이 급락하기 시작했고 시청요인의 변수를 감지한 BBC는 전파와 케이블에 의한 시청자 도달방식에서 온라인을 통한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그래서 그들은 1997년 유럽 지상파 최초의 온라인 통합콘텐츠 서비스인 ‘레드버튼(Red Button)’을 선보였다. BBC의 모든 콘텐츠가 테마별로 VOD 큐레이팅되어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했다.
2000년 이후에는 PC 이외의 다양한 디바이스가 출현하게 되면서 기존 ‘레드버튼’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시청 공백이 확대되자, BBC는 2007년 4년간의 연구 끝에 그 유명한 ‘아이플레이어(iPlayer)’를 세상에 내놓았다. 아이플레이어는 무려 1,200가지의 서로 다른 디바이스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고 크롬, 안드로이드, 리눅스, iOS 등 모든 운영체계 지원이 가능하다. 영국인들은 실시간으로 보지 못한 BBC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개인 편성하고 원하는 디바이스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실시간 방송의 시청률 손실을 아이플레이어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만회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BBC의 조사 결과 16세이상 영국인들의 63%가 TV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방송콘텐츠를 접하고 있다고 한다. 또 그 수단의 53%가 스마트폰과 태블릿등 모바일 환경이다. BBC는 시청패턴의 변화를 뒤쫓지 않고 오히려 앞질러가서 따라오는 시청자들을 그들의 테두리로 안내했다. 1990년대부터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뛰어넘어 시청자에게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에 천착한 결과 BBC는 그들이 ’도달하기 불가능한 시청자‘라 명명한 비실시간 시청자들을 도달 가능한 시청층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이제BBC 콘텐츠는 아이플레이어를 통해 96%에 이르는 영연방 시청자에게 도달되고 있다. 단위 지표인 시청률보다 시청자 도달률을 살펴서 매체영향력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BBC의 영향력은 여전히 영국 그 자체이다.
“지상파를 격납고에서 꺼내라!”
유럽 지상파들의 전략 슬로건이다.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플랫폼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 환경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한 지상파의 숙명적 외침이리라.
BBC는굳게 닫혔던 격납고 문을 열고 새로운 콕핏과 엔진으로 조립된 지상파를 이륙시켰다. 그리고 도달불능점이라 표기된 좌표들을 향해 날아가 안착하고 있다.
눈을 돌려보니, 이제 우리 앞에도 거대한 격납고를 여는 손잡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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