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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바퀴에서 애플까지

인류 문명을 바꾼 가장 큰 발명품은 무엇일 까요? 학자들에 따 라 평가가 다르기는 하지 만 ‘바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 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초의 바퀴는 현재의 이라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에서 흔적이 나 타났다고 하는데, BC 3500년경에 제작된 것 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바퀴는 통나무를 둥 근 모양으로 자른 원판이라고 합니다. BC 3500년이면 지금부터 무려 5500년 전의 일이 니까, 문명 초기 시대의 인간이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썼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자전거와 자동차, 심지어 비행기와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첨단 운송수단에 익숙한 현대의 사람들에게는 나무를 잘라 둥글게 만든 원 판 바퀴가 시시하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바퀴가 인간을 ‘무게’로부터 해방 시킨 문명의 도구였습니다. 바퀴 이전의 시 대와 이후의 시대가 전혀 다른 시대가 되었 다는 겁니다. 바퀴가 발명되기 이전에 인간 은 무거운 물건을 직접 지고 날라야 했습니 다. 고작해야 나무줄기에 묶어 끄는 정도였 을 겁니다. 바퀴가 발명되고 난 이후 무거운 물건을 쉽게 이동시킬 수 있었고, 이것은 문 명의 진전을 가속화시켰습니다. ‘도구’는 이 처럼 문명을 진전시키고 인간의 삶을 진화하 게 합니다. 

도구가 아니라 ‘방식’의 혁명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조립라인(assembly line)’입니 다. 포드 자동차에서 대규모로 응용되어 사 용된 조립라인은 미국의 랜섬 올즈(Ransom Olds)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자동 차를 대량으로 제작한 올즈는 조립라인에 대 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그는 자신 이 설립한 자동차 회사 올즈모빌에서 조립라 인을 활용했습니다. 올즈모빌(Oldsmoblie) 은 말 그대로 ‘올즈 자동차 회사’라는 뜻으로, GM에 인수된 다음 올즈모빌이라는 이름의 자동차가 생산되기도 했습니다. 포드 자동차 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된 조립라인은 인간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창업주 헨리 포드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노동자는 무거운 것을 들거나 허리를 굽혀 일을 할 필 요도 없어졌고 단순 노동자들도 쉽사리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비판자도 있습 니다. 지루한 작업을 반복하게 하고 인간을 인간으로부터 고립시키며 사람을 기계 부품 처럼 만들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조립라인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더 많아서 지금까지도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인쇄술도 인간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 았습니다. 인쇄술은 종교개혁과 만나서 인류 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쇄술 이전에 신은 교회와 권력의 ‘전유 물’이었지만 종교개혁과 만난 인쇄술은 신과 인간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면서 사실상 모 든 인간에게 신과의 접견권을 주는 ‘사제’로 만들었습니다. 계급사회를 평등사회로 만든 것이 인쇄술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근시안적으로 눈앞의 이익만 찾게 되면 그 기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인간의 삶을 가장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도 스마트폰이 아닐까 평가해봅니다. 캐나다 의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은 ‘인간의 역사는 매체의 역사’라는 말로 미디어를 정의했는데, 스마트폰이야말로 이 말에 가장 부합하는 발명품인 것 같습니다. 지역에 따 라 보급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 나면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스마트폰은 보급 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나와 세계를 이어줄 수 있는 스마트폰은 전화의 기능을 넘어서 텔레비전, 영화관, 컴퓨터, 음 악감상실, 게임방, 살롱(채팅룸)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나온 ‘그녀(Her)’라 는 영화를 보면 스마트폰은 인공지능과 결합 되어 ‘연인’의 역할까지 차지할 정도가 되었 습니다. 우리의 신체와 분리되어 있지만 사 실상 분리할 수 없는 피부와 같은 존재가 되 었다는 겁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수십 년 전에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던 성공적인 대기 업 가운데 혁신하지 못하고 사라진 기업은 많습니다. 미국의 항공사 팬앰과 핀란드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노키아는 화석 기업으 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 을 읽지 못하면 역사에서 뒷자리로 물러나게 되고 사라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근 시안적으로 눈앞의 이익만 찾게 되면 그 기 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이달 월급은 받을지 몰라도 내년에 내 자리가 남아 있을지는 사 라진 기업 팬앰이나 노키아가 절실히 말해주 고 있습니다.

대전MBC 사장 /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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