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농구협회전무이사 역임
대전미래전략연구원 사무총장 역임
스포츠 평론가
외지사람들에게 대전이라는 도시는 언뜻 특징이 없는 회색도시라는 선입견으로 다가가는 듯하다. 먹거리도 볼거리도 딱히, 그야말로 범한국적 관심거리가 없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굳이 내세울 것이 없고, 그렇고 그런 10경이니 전통음식이니 하는 것도 없다 보니 홍보를 하거나 말거나 하는 시니컬한 반응이 없는것도 아닌 듯하다.
또 대다수의 시민들이 외지에서 영입된 탓도 있겠지만 향토관이 확고한 대전을 사랑하는 토착민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시민을 본 적이 드물다. 얼마 전 외지의 지인에게서 대전에는 전용차로가 있냐는 질문을 받고 약간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침 저녁 시간에 ‘전용차로’라고 설정해 놓고 운영하는 것 같았는데 사실 ‘전용차로’에는 일반 승용차가 더 많이 진입해 있는 것을 수시로 목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분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대전은 교통수단별 자율성에 입각,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고 있기에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오후에는 저녁 6시부터 8시까지만 운영합니다. 버스 위주의 교통정책보다는 전 운행 차량의 호혜평등 차원의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24시간 전용차로도 있으니 골라 타는 도로의 묘미가 있답니다.” 이렇게 말하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받아들일까?
대전MBC는 내게 있어서 태화반점 옆 정동에 소재했던 대전MBC로부터 출발한다. 지금 근처를 지나다 보면 동네슈퍼가 차지하고 있고 언뜻 왜소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대전MBC는 그때나 지금이나 방송국이라는 경외감으로 다가온다. 그런 대전MBC가 도룡동 일원 허허벌판에 마치 대전의 랜드마크인 양 우뚝 홀로 섰을 때, 마치 촌놈 서울 구경하듯 신기해했던 기억도 새롭다. IMF시절, 절망 속 캄캄한 나날을 보내던 내게 삶을 되찾도록 용기를 재충전해 준 것도, 지역밀착형 특집취재로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을 심어준 것도 대전MBC였던 것 같다.
대전광역시 농구협회 전무이사 재직 시 현대다이넷 농구팀을 대전 연고권으로 유치하고,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대전 지역에 대전시티즌을 창단하는 등 스포츠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계기도 당시 적극적인 방송을 통해 농구 저변을 확대한 대전MBC의 역할이 컸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멘텀을 통해 스포츠칼럼을 필두로 지역밀착형 스포츠 해설가로 발돋움하게 됐다.이 또한 대전MBC와의 소중한 인연 때문이라고 본다. 당시에 스포츠 담당이었던 채홍걸 기자와의 소중한 교분도 새록새록하다.
어찌하다 보니 타 방송사의 우리 지역 스포츠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스포츠 칼럼 코너를 맡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라디오 생방송이 2005년 7월 첫째 주부터 2016년 7월 말까지 장장 11년을 이어갔다. 초기에는 10분 방송 분량으로 시작한 것이 2007년부터는 2부 전체를 매주 금요일 22분 30초간, 그것도 생방송에 참여했다. (그래서 나는 배철수와 동격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처음에는 혈기방장한 기세로, 또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흔히 발표되는 일반론적 기사 내용보다 한 번 더 파헤쳐 심층적인 내용을 완성하다 보니 그 22분 30초가 일주일 내내 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인터넷, 각종 신문 기사들, 각종 협회 사이트 등 무소 불위의 방대한 접근을 하다 보니 생업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하여 항상 방송을 끝내고 방송국 부스를 나올 때면 아쉬움이 더 많았던 듯했다.
그렇게 방송의 사명을 어깨 너머로 배운 나는 남들보다 객관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었고, 부수적으로 10여 년을 ‘나 홀로 아리랑’하다 보니 대전시티즌, 한화이글스, 삼성화재 등의 지역 연고권의 경기 동향 및 분석, 그리고 뒷이야기 등으로 소신껏 각종 매스컴 토론 등에 참여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순전히 대전팀 옹호 발언 일색으로만 방송에 임했던 것은 아니다. 중앙고등학교 배구팀 해체, 대전시티즌 회생 방안 등 현안에 대한 토론에 나가 중장기적 발전 계획을 역설했고, 대전시티즌의 중장기 발전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나름대로 ‘시’ 차원의 그 허구성과 보완책을 얘기했고, 한화이글스의 매번 반복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도 제시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방송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니고 있는 나에게 현재의 방송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부디 다시금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대전MBC,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스포츠 평론가박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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