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 공연을 통해 교도소와 인연이 되어 새로운 도전과 자신감으로 제안 받은 합창단 지도를 흔쾌히 수락하고, 2012년 4월 수용자 12명의 건장한 남성들과 함께 ‘희망합창단’이라는 타이틀 아래 모였지만 연령, 학벌이 다른 이들을 도대체 어디에다 기준을 맞춰 가르쳐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첫 수업 들어가기 직전 관계자가 해준 “편견을 갖지 말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시작한 희망합창단.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자 했던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단원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따라 주는 것이었다. 어쩌면 수용자에 대한 편견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함이 들기도 했다. 잘 하고자 집중하는 단원들과 잘 가르치고자 하는 나는 어느새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막막하기만 했던 ‘기준’도 설정이 되었고, 수업도 가닥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사실 다른 합창단에서 스파르타식 연습을 시키기로 유명했던 터라 이곳에서도 사전에 연습의 강도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시작했는데, 다들 진지하게 따라와 주었고, 가르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연습에 임해주었다. 또한 여건이허락될 때면 모여서 배운 파트를 연습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주었다.
교육생들 중에는 좋은 목소리를 가진 청년이 있었는데, 연습 과정에서 청년은 자신이 몰랐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수업이 끝날 쯤 찾아와서 “선생님! 제가 이곳을 나가게 되면 꼭 악기를 배울 겁니다. 음악을 할 겁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6개월의 연습 과정을 거쳐 드디어 발표의 날.
잔뜩 긴장한 채 무대에 오른 단원들을 위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 이런 모습으로 노래합시다.”라고 단원들도 모두들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곡을 마무리하는 사인이 내 손끝에서 나왔을 때 모두 하나가 되었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서로의 교감을 통해 소통 공감하고 하모니를 만들어낸 것이다. 비록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보면 형편없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뭐 대수이겠는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희망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을 ….
그렇게 시작한 합창수업이 벌써 5년째가 되었다.
희망합창단의 지휘자가 된 것을 계기로 뜻이 맞는 예술가 및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감성예술교육단체 앙상블 젬(Ensemble Gem)을 설립해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지향하려는 웰빙(Well-being),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힐링(Healing)을 지나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을 누리기 위한 해빙(Having)으로 가기 위해 ‘가지자, 누리자, 즐기자’라는 슬로건 아래 교도소, 군부대, 연수원 등 강연과 교육을 다녔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온 “우리는 꿈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이니 ….”라는 말처럼 지금도 열심히 새로운 꿈과 희망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한 사람의 소리는 그저 소리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합쳐진 소리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각자의 개성적인 소리를 조화롭게 사용해 전체를 위한 아름다운 합창의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지휘자의 역할이 중요하듯이 대전MBC도 그런 역할을 해주길 오랜 시청자의 입장에서 기대해본다.
앙상블 젬(Ensemble Gem) 대표 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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