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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변화에 적응 못하면

변화에 적응 못하면

며칠 전 거리에서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반 여성이 아니라 ‘0000 아줌마’로 알려진 음료 판매 여성이었습니다. 등을 곧추 세우고 몰고 가는 전동 스쿠터 앞에는 제법 큼직한 아이스박스가 달려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어깨에 가방을 메고 가정배달을 하던 데서 이제 전동 스쿠터에 아이스박스를 매달고 배달・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큼직한 배달 가방에서 리어카 형태의 바퀴 달린 운송 수단을 거쳐 전동 스쿠터로 발전해온 겁니다.


‘아줌마’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한 어감이 있습니다. 이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들 가운데 몇 가지는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러우며, 공공장소에서 눈치 없이 큰 소리로 떠드는 중년 여성입니다. 동시에 가족을 위해서는 희생을 아끼지 않는 한국의 어머니 이미지도 담고 있습니다. 반대로 ‘아줌마’라는 말이 담고 있지 않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입니다. 10대나 20대가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오면 어떻게든 바꾸려고 하고, 젊은 여성들이 패스트 패션으로 화려한 의상을 뽐낼 때, ‘아줌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형 휴대폰과 10년도 넘은 패션을 고수합니다.


그런데 ‘0000 아줌마’는 어째서 첨단 운송수단인 전동 스쿠터를 타게 되었을까요? 답은 ‘생존’에 있습니다. 요구르트가 가득 든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고 리어카에 아이스박스를 싣고 다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동 스쿠터에 매달고 다니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편합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더 편하고 더 효율적인 운송수단이 있다면 ‘0000 아줌마’들의 운송수단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24시간 편의점이 곳곳에 생겨나도 이 ‘아줌마’들이 거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모습을 바꾸는 이 회사의 생존 전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변화에 적응 못하면
그 자리를 계속 지키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생존’이 걸려있다는 것이 이렇게 위중한 일입니다. 만약 그 회사에서 이런 전략을 채택하지 않았다면 이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전동 스쿠터를 탈 확률은 10퍼센트 미만이었을 것이라는데 내기를 걸겠습니다. ‘이 나이에 무슨 …’ 이라면서 기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몰았을망정 전동 스쿠터라는 운송수단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얘깁니다. 이 전동 스쿠터라는 것은 중심을 잘 잡아야 해서 이용자들을 보면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입니다. 한때 지구를 휘젓고 다니던 공룡들이 사라진 이유는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반면, 병균을 퍼뜨리며 혐오 곤충으로 미움을 받는 바퀴벌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왕성한 번식력과 놀라운 적응력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하지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무대 중앙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기업들도 많습니다. 노키아와 코닥이 대표적입니다. 휴대폰 시장에서 최강자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고 코닥은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감잡지 못했습니다. 영원한 1위는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작년에 나온 한 통계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16년까지 10년 동안 100대 브랜드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린 브랜드는 44개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0년 동안 100대 브랜드 내에 계속 이름을 올린 브랜드들은 그것대로 대단한 일이지만, 주목되는 것은 56개 브랜드는 탈락했다는 사실입니다. 변화에 적응 못하면 그 자리를 계속 지키지 못한다는 말입니다.변화의 적응에 늦고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줌마’가 전동 스쿠터를 몰고 가는 것을 보면서 ‘생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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