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으로 도미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최악의 경제상황 속에 이케아와 코스트코 등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의 연이은 충청지역 입점 예정 소식에 지역민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벌써부터 2020년 세계적인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의 입점이 예정된 계룡시와 인접한 대전 서구 관저지역 일대 신규 공급 아파트 분양권이 웃돈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 부동산 시장부터가 기대 속에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중소상인들은 상권 붕괴를 우려하고 있어 대조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MBC <시사토론M>은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현 시점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를 짚어보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발전 방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해보는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케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시사토론M>에 참가한 대전광역시 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소위 대형 유통마트는 대전에만 7개가 입점해 있다고 한다. 대형 유통업체의 대전 충청 집중은 지리적 접근성이나 시장논리와 자본주의에 입각하여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소비에 따르는 만족도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어 시민의 행복지수까지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요즘에는 대형 유통업체가 단순히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도시민들의 여가생활을 비롯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역 근처에 들어선 국내 1호 이케아도 입점 초기에는 혼란이 많았지만, 이케아 입점으로 인근 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코스트코 등의 매출 증가, 수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가져왔다. 또한 광명이라는 지명처럼 그야말로 ‘光明’을 찾아 때 없는 광명역 역세권 호황도 누리고 있다.
물론 영세소상인들이 겪는 직접적인 타격을 지나쳐서도 안 될 일이다. 이케아 사례를 떠나서 온라인 마켓이 활성화된 요즘, 온라인 구매대행을 통해 굳이 가구단지를 방문하지 않고 보다 좋은 제품을 비교분석해서 구매하는 소비행태가 늘고 있다. 또한 이케아가 계룡에 입점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족 나들이겸 광명 이케아 쇼핑을 가고 근처의 코스트코에 들러 장을 보고 오는 대전시민도 분명 있을 것이다. 지역에 입점해 있는 7개의 대형마트 등을 뒤로 하고 말이다.
결국 이래저래 타격을 입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영세소상인들이 겪을 피해를 등한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예정되어 있는 수순이라면 자구책 마련에 더욱 고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자체에서도 이와 관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중앙시장시설 정비나 비가림을 위한 아케이드 설치 등이 그것이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 여부를 떠나 점점 안목과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소비자의 성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상인들 자체적으로 심폐소생술이 아니라 재활치료를 해야 할 때이다. ‘정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이케아 같은 가구공룡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 공룡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김서방도 벌고 이서방도 벌고,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생 효과를 위한 각계의 노력 필요한 때
대전 둔산동 남선공원 사거리에 최근 들어 친환경 페인트, 조명업체 등 인테리어 내장재 업체 등이 들어선 것이 눈에 띈다.
둔산 신시가지에 비해 다소 노후해 교복이나 한복 등 구매주기가 비교적 긴 제품들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많았던 곳이다. 어느덧 인테리어 관련 업체들이 하나둘 입점해가며 유사업종들끼리 모여 상호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모든 산업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해야 할 때 조금씩 노력하여 성장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도태되고 마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다. 오히려 그러한 유통업체들이 대거 입점해 주변 정비나 도시 활성화 등에 기여할 수 있다면 도시 브랜드 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여주에 도자기를 구입하러 가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형 프리미엄아울렛이 입점한 뒤에야 비로소 필자도 처음으로 여주라는 곳을 찾아갔던 일이 생각난다.
‘일코노미’라는 말이 2017년의 주목해야 할 신경제용어라고 한다. 1인 가구와 이코노미(Economy, 경제)의 합성어인데, 가구 형태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1인 가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1인 가구들은 굳이 혼자서 마트를 가지 않아도 골목상권 내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다. 대형 유통업체 입점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만 생각하여 낙담하기보다는, 다윗은 다윗대로 다윗만의 리그를 벌일 수 있다는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을 통한 기회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소상인들 스스로도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역시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한 달에 한두 번은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등 서로 배려한다면, 결과적으로 나비효과와 같이 어디서 훈풍이 불어올지 모르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채시아 / 대전MBC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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