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가사람들

대중음악으로 시대를 읽다 - 열린 <인생 한 곡, 나의 노래> 토크콘서트 현장을 찾아서

 

 

시대와 소통하는 노래 이야기
이른 봄 날씨를 느끼게 했던 지난 토요일(25일), 대전MBC 공개홀은 중년의 열기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은 토크콘서트 <인생 한 곡, 나의 노래> 녹화에 초대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다.


<인생 한 곡, 나의 노래>는 대전MBC가 기획한 총 4부작의 특집 다큐멘터리로 한국사회의 산업화를 이끈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과 노래를 통해 격동의 현대사를 재조명하고 세대간의 벽을 허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1부는 ‘노래, 그리움을 담다’라는 주제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가족과의 이별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이촌향도(離村向都)의 행렬이 줄을 이었던 시대상을 떠올리며 타향살이에 위로가 되어준 노래들을 추억한다. 2부는 ‘노래, 자유를 그리다’를 주제로, 청바지와 통기타로 대변되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엿보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민주화를 열망했던 젊은이들의 저항과 열정을 담은 시대의 노래들을 담았다. 3부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로, 격동의 현대사를 겪어낸 베이비부머들의 현재와 미래를 담아낸다.


지난 2월 25일 토요일에 녹화된 ‘토크콘서트’에는 힘든 고비를 지날 때마다 위안이 되어준 아름다운 노래의 주인공, 가수 양희은과 구창모가 베이베부머 세대와 함께 공감하는 무대를 마련했다.

 

세월을 뛰어넘는 감성
임세혁 아나운서와 가수 조정민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콘서트 <인생 한 곡, 나의 노래>는 송골매 밴드의 보컬이었던 가수 구창모의 ‘희나리’로 막을 열었다. 관객들은 매력적인 미이야기성 보이스와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무대에 빠져 회상에 잠기는 듯했다. 구창모 씨는 인사말에서 “<인생 한 곡, 나의 노래>라는 주제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이렇게 좋은 무대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중년이란 익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아직 끝이 아니잖아요. 오늘 여러분들과 좋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히트곡인 ‘모두 다 사랑하리’,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을 열창하며 관객들을 추억여행으로 이끌었다. 방청객들은 음악다방의 데이트 풍경, TV가 문화생활의 전부였던 에피소드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토크콘서트를 즐겼다. 그럼 가수 구창모에게 인생의 한 곡은 어떤 것일까? 그는 자신의 곡 중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를 손꼽았다. 한동안 가수생활을 뒤로 하고 해외에서 사업을 하던 시절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고. 어렵게 돌아온 무대인만큼 앞으로 송골매 밴드의 전국투어 등에 도전하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가슴 울리는 희망의 무대
잠시 후 두 번째 토크콘서트의 주인공을 알리는 반주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이 박수로 환호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가수 양희은이었다. 데뷔 40년을 훌쩍 넘긴 그녀의 등장에 관객들은 반가운 친구라도 만나듯이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피아노 선율에 맞춰 대화하듯이 시작된 노래 ‘하얀 목련’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사람들, 누군가는 눈물을 훔치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양희은 씨는 무대에서 “저는 70년대에 낭만을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몰락한 집안의 맏딸로 엄마를 도와서 가장으로 동생들 뒷바라지하면서 치열한 삶을 살았거든요.”라며 회상에 잠겼다. 돈을 벌기 위해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절, 그녀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어준 것은 통기타와 무대였다. 양희은 씨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인생의 한 곡으로 ‘아침이슬’을 꼽았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 사이에서 불씨가 피워지는 노래라면서 관객들과 함께 부르기를 청했다. 40년이 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 명곡이 하모니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토크콘서트에 참가한 이명화(60) 씨는 방청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랜만에 여고동창들과 추억에 빠질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가수들의 이야기처럼 앞으로 남은 인생을 좀 더 활기차게 살기 위해서 많이 웃고 여행도 다니고 모임도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즐거워했다. 방청석에서 토크콘서트를 함께한 대전MBC 이진숙 사장도 인생에 은퇴란 없다면서 죽을 때까지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과 노래를 통해 현대사의 의미를 찾고 인생에 대한 아름다운 찬가를 만날 수 있는 시간! 토크콘서트 <인생 한 곡, 나의 노래>는 3월 9일(목) 밤 11시 10분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김민영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