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가사람들

좋은 동화는 올바른 삶을 시작하는 첫 단추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아동문학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일은 흔치 않다. 고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 이후로 살아 있는 작가 중에서 100만 부 이상을 넘긴 작가는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인데 한 권도 아니고 두 권이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동화작가가 있으니 바로 황선미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낸 ‘마당을 나온 암탉’과 ‘나쁜 어린이표’는 2011년 나란히 100만 부를 넘겼고 그녀가 지금껏 낸 책들의 판매부수를 얼추 합하면 400만 부가 넘는다.
그야말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동화작가이지만 좀처럼 매스컴에 나타나지 않기로 유명한 황선미 작가, 그녀가 <허참의 토크&조이>에 초대돼 봄날 매화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듯 작가로서의 내면 세계를 살포시 드러냈다.


충남 홍성은 지금도 그리운 고향
그녀는 충남 홍성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일곱 살 때까지 홍성에서 자연을 누비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갑작스런 경제난으로 경기도 평택으로 이사한 후 자신의 유년 시절은 더 이상 장밋빛이 아니었다고 한다. 미군기지의 삭막한 평택은 그녀를 품어주지 못했다. 냉랭한 한기로 가득한 집안에 들어가기 싫어 학교의 작은 도서실에서 날이 저물도록 책을 읽은 황선미 작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에도, 그리고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후에도 그녀의 손에서는 책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감히 작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결혼과 출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1995년이 되어서야 중편 ‘마음에 피는 꽃’으로 등단을 했다.


밀리언셀러 동화작가가 되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를 접한 황선미 작가는 동화야말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맞춤옷과 같았다고 한다. 그리고 1999년과 2000년, 그녀의 대표작 ‘나쁜 어린이표’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출간하며 문학계의 신데렐라로 주목받는다. ‘나쁜 어린이표’는 벌점 스티커 제도를 통해 학생들을 규제하는 선생님과 착한 어린이가 되고 싶지만 번번이 나쁜 어린이표를 받는 주인공 건우의 이야기로, 결과 중심의 교육에 상처받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위로한 책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양계장을 벗어나 알을 품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한 주인공 ‘잎싹’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기존의 동화라면 아름답고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자유의 소중함, 그리고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았다. 이 책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고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220만이라는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동화작가 황선미
황선미 작가의 작품들은 세계에서도 통한다. 2014년에는 세계 3대 도서전 중 하나인 런던도서전에서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바 있고 영국 대형 서점에서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아동문학이 아닌 성인문학으로 분류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마당을 나온 암탉’은 무려 29개 나라에서 번역돼 출간됐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대를 넘어, 인종을 초월해 그녀의 작품이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녀는 그 이유를 ‘본질에 대한 천착’이라고 한다. 보편적인 감정에 호소하면 모든 것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는 사람의 처음
대화 내내 만년필을 손에서 놓지 않은 황선미 작가에게 어린이는 어떤 존재냐 물었더니 ‘어린이는 사람의 처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놀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자유롭고 싶어하는 존재인데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을 너무 억압하고 통제하려고만 해서 걱정이에요. 독서만이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 읽는 즐거움을 누리게 했으면 합니다.”


평범한 아이들을 대변하고 사소한데서 큰 의미를 찾는 황선미 작가. 그녀는 의외로 앞으로의 꿈을 아직 찾는 중이라고 한다. ‘6시 내고향’을 보며 ‘마당을 나온 암탉’의 소재를 찾았던 것처럼 그녀의 시선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우리 주변을 탐색하느라 바쁘다. 그 모습은 여전히 꿈을 찾는 아이의 모습, 그것이었다. 맑고 순수한 감성으로 어린이와 소통하는 황선미 작가를 응원해본다.

 

김정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