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가을밤 샘머리공원에서는 27번째 맞이하는 서구민의 날과 대전MBC 창사 52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한빛콘서트가 있었다. 공연을 준비하기 위하여 그 전날까지 무대는 다 설치가 되었고 아침부터 날씨는 약간 흐렸지만 일기 예보에는 밤 9시부터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여 제발 예보대로 공연이 끝난 뒤 비가 시작되기를 빌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오후 5시경부터 가늘게 흩뿌리던 빗방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굵어져 개막시간인 저녁 7시 30분에는 마치 여름 소나기가 내리듯 굵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렸다. 그 동안의 행사 경험에 의하면 야외행사는 날씨가 절반 이상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다. 대체로 이렇게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그 행사는 완전히 망쳐버리기 십상이지만 이날의 행사는 또 다른 커다란 감동을 남겨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행사가 되었다.
만일에 대비하여 준비해 두었던 2,000개의 우비를 먼저 관객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공연은 진행되었다. 우비를 걸쳐 입고 흠뻑 젖어버린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걱정스럽게 기다렸던 마음은 한 명 한 명의 가수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열정과 환호로 바뀌어 갔다. 내리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객석에 내려와 비에 젖어가며 관객과 함께 열창하는 가수의 모습에서 무대와 객석을 가르는 벽은 사라졌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소리 지르며 하나가 되어갔다. 왜 이들이 프로이고 팬들이 이들에게 환호를 보낼 수밖에 없는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처음에 그토록 열심히 행사를 준비했음에도 야속하게 내리는 비가 원망스러웠으나, 공연이 끝나고 비록 몸은 비에 젖었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아쉬운 듯 무대를 한 번 더 바라보며 발길을 돌리는 서구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
날씨와 같은 불가항력적 변수는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만일 관객들도 소극적으로 비를 피해 멀찍이 떨어져서 공연을 봤다면, 가수들도 관객이 많지 않다고 우산을 쓰고 계약한 노래 몇 곡만 불렀다면 그날의 감동은 없었을 것이다. 비록 단 한 명의 관객이 있더라도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불러준 가수와 그 모습에 감동하며 호응한 관객에게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그 신뢰에 대한 공명이 더 큰 감동이 되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기억에 오래 남아 회자되는 것이다.
그날의 교훈은 지난해 연말부터 우리나라를 흔들어 놓고 있는 국정농단사태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우리에게 크게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해 왔던 국가, 사회 지도자들이 신뢰를 저버리는 모습에서 우리가 얼마나 실망하고 분노하는지 현재 진행형으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필자는 비록 국가 지도자에 비하면 작은 역할인 지방의 구청장이지만 주민들께서 믿고 맡겨주신 기초자치단체의 장으로서 주민들의 신뢰에 대한 책임만큼은 그 어느 누구보다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 구청장 취임 후 단 한 순간도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겸청즉명(兼聽則明)의 자세로 주민 말씀에 귀 기울여 왔다.
이제 민선 6기의 실질적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주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약속한 바를 지켜낸다는 신이성지(信以成之)의 자세로 당초 약속했던 67개 공약사업은 물론, 구정의 현안 사업의 성공적 마무리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겠다고 겨울의 끝자락에서 지난해 대전MBC와 함께했던 비 오는 가을밤의 콘서트를 회상하며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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