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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사모광장

공정한 사회를 위해

고향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정겹고 푸근하다. 특히, 일 년에 두 번 찾아오는 명절은 가족과 친지간의 돈독한 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바쁜 생활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충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도 온 가족들이 모이는 뜻 깊은 설 명절을 보냈지만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AI와 불경기로 침체된 시장분위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이라 그런지 예전과 같은 분주함을 찾아볼 수 없어 조금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모습들이다. 어떤 사회의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볼 때, 다소 불편함을 느끼는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에 우려와 걱정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보다 선진화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졌을 때 우리 모두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몇몇 사람을 벌주거나 감옥으로 보낸다고 해서 수백 년간 쌓인 적폐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보다 근본적이면서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나는 부정청탁금지법이 그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국정농단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권력이 국민의 감시를 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온정주의적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생활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사회가 원칙과 상식에 따라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을 모든 분야에 확립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특검이 지난 1월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던 말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분명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경제적 중요성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특검의 고심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사회가 공정하면 소득 증대와 시장 참여가 높아진다. 반대로 사회가 불공정하면 시장은 경직되고 노동은 시장을 이탈하며 소득은 떨어진다. 즉, 특검의 정의론은 당장 삼성과 한국경제에 쓴 처방전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공정한 시장경제의 룰을 만드는 경제민주화의 측면에서 볼 때 그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더 진행되지 않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사회정의의 움직임은 계속되리라 생각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기는 했지만 산업화시대를 겪으면서 공고화된 재벌의 불공정성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공정사회는 거창한 구호나 미사여구로 실현될 수 없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공정사회는 국정 아젠다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장차관들의 온갖 부정부패 스캔들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사상 최대의 국정농단 사건까지 드러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는 타인과 공적 영역에는 매우 엄격하고 자신과 사적 영역에는 관대했던 공직사회와 기득권층의 의식구조 때문이다.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무릇 이성적 사회라면 공공이 합의한 원칙 앞에서 개인의 사욕을 내려놓는 것은 선진사회의 기본 중 기본이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굴복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다. 친한 이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며 나와 다른 이들은 차별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지만 둘 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것을 뛰어넘지 못하면 우리가 바라는 공정한 사회는 구호뿐인 제스처에 불과하다. 이제는 불공정에 무감각한 관행을 우리 자신부터 혁신해보았으면 한다.


참여와 소통의 리더십과 공정한 행정으로 신뢰성을 높여 생활밀착형 지방자치를 만들어가자. 더불어 우리 지역에 소재한 대전MBC도 공정하고 유익하고 좋은 방송으로 지역민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