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사모광장

대전MBC와 팟캐스트

시골에 살았던 어린 시절, 라디오는 좋은 친구였다. 방안에서 선명하게 주파수가 잡히는 곳을 찾아 이동하며 라디오를 들었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텔레비전과 달리 라디오는 밤에 잘 어울린다. 낮에 운전하며 듣는 라디오가 단조로움을 깨기 위한 배경음 구실을 한다면, 밤에 듣는 라디오는 친구처럼 조곤조곤 말을 건넨다.


요즘은 어린 시절 라디오를 들었던 시간대에 팟캐스트를 듣는다.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사람이 진행하는 채널이 정말 많다. 몇 번을 듣다 마음에 들면 ‘구독’을 신청한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올라올 때마다 소식을 알려준다. 시간을 맞춰 듣지 못하면 한꺼번에 몰아듣기도 한다. 라디오를 듣다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이제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잠이 든다.


팟캐스트는 일종의 도구다. 오디오는 물론이고 비디오 서비스도 병행한다. 팟캐스트를 듣거나 보는 사람의 충성도가 무척 높고 다운로드 수나 구독자 수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는 광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물론 이 두 가지 영역이 기존 공중파 방송이나 메이저급 방송사를 위협하지 않은 채 다른 영역을 구축하면서 공존할 가능성도 무척 크다.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하며 긍정적 자극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팟캐스트 이야기를 하는 건, 팟캐스트라는 형식이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기존 공중파 방송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치가 높다는 생각에서다. 이미 많은 공중파 라디오 방송이 팟캐스트에 녹음분을 업로드한다. 저작권 문제로 방송 중 나온 음악을 온전히 다시 들을 수 없지만 이도 결국 해결될 사안이라고 본다. 소극적으로는 콘텐츠 멀티유징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제작한 방송분을 별다른 재가 공 없이 업로드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리라 본다.


팟캐스트에 주파수 제한이 없다는 점은 무척 큰 매력이다. 전국, 심지어는 지구촌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또 기존 편성권 안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혁신적인 시도를 적은 비용으로 팟캐스트에 담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내용적 측면과 양적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이제 막 구축되는 팟캐스트 생태계에 주목해야 한다.

경쟁과 잠식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보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이 다양한 시도에 시민 참여와 지역성을 중심에 두었으면 좋겠다. 이때 시민은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다. 기획부터 진행까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팟캐스트 방송을 제작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전 소재 한 고등학교 방송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대전MBC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만든다면 어떨까? 연정국악원과 손을 잡고 국악 전문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면 어떨까? 환경 관련 시민단체와 함께 우리지역 환경을 다루는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면 어떨까?


다른 하나는 지역성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방송사가 지역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방송을 만들기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지역의 요구와 방송사의 욕망을 해소하는 데 팟캐스트는 적절한 대안일 수 있다. 지역성을 담아낼 때, 앞에 이야기한 시민과 함께 한다면 확장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한결 편하다. 지역을 기록하고 가치를 발굴하며 확산하는 데 지금 편성안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양적으로도 그렇고 편성 시간대와 분류, 보관,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팟캐스트라는 형식이 완벽한 대안일 수는 없지만 유용한 보완재임은틀림없다.

이런 혁신적 시도가 파일럿 프로그램처럼 팟캐스트를 통해 뿌려지고 이를 통해 검증된 영역은 기존 편성권 안에서 흡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 막 구축되는 팟캐스트 생태계에 주목해야 한다. 경쟁과 잠식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보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대전MBC가 공공성을 강화하고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자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