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어쩌다 한번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유일한 문화생활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지금 이 순간’이라는 유명한 곡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비단 ‘지금 이 순간’이 OST가 아니라 뮤지컬 넘버라는 사실을 모르는,요즘 말로 ‘뮤알못’이라고 해도 오늘날의 대중문화를 수용하고 소비하는 세대들이라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초연 이래 국내에서의 인기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10여 년간 조승우,류정한 등 걸출한 흥행보증수표 스타들을 배출하며 국내 뮤지컬계의 정상을 지켜온 <지킬앤하이드>, 바로 그 공연이 대전에 이어 가까운 천안에서 또 한 번의 브로드웨이급 감동을 선사했다.
‘지금 이 순간’, ‘Alive’! 열정적인 브로드웨이급 감동
해가 지자 낮 동안 내린 눈이 얼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공연장 앞 로비에 다다르니 날씨에 아랑곳없이 사진촬영용 홍보세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공연시작을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로비가 북적였다. 어두워지고 곧 공연이 시작되자 설레기 시작했다. 무대 양 옆에 영어 공연임을 감안하여 자막용 스크린을 배치해 두었지만, 내용을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배우들의 얼굴, 기존 공연과의 달라진 점 등을 찾느라 두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극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주연급 배우들, 특히 지킬 역할을 맡은 배우 ‘브래들리 딘’은 47세임에도 불구하고,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기 직전의 광기어린 넘버 ‘Alive’를 정말 야수처럼 열정적으로 소화해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영국 악센트를 사용하며 신사적인 지킬의 이미지를 보이던 배우 브래들리 딘이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은 놀랍기까지 했다. 체격 조건도 정말 야수와 흡사한 서양 배우의 하이드는 원초적이었다.
특히 지난해 10주년 국내 공연 무대와는 달리 세트를 2층으로 구성해 큰 덩치의 외국 배우들이 무대에 섰을 때 좀 더 웅장한 느낌을 더했다. 공연의 흐름상 굉장히 중요한 배경인 지킬 박사의 실험실 세트 역시 수직으로 그 높이를 더 높였고, 소품들도 다양한 조명으로 채워서 시각적인 효과를 배가시킨 것이 눈에 띄었다. 엠마의 드레스나 부패한 귀족들의 의상 역시 실제로 산업혁명 이후 번영하기 시작한 빅토리아 시대의 풍족함을 보여주려는 듯, 지난 공연들보다 훨씬 화려했고 정교했다. 외적으로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 느껴져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세계무대로 나아가는 우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지난 10여 년간 <지킬앤하이드>를 뮤지컬계의 정상으로 올려놓은 제작사 오디컴퍼니를 주축으로 한 한국 창작진과 주옥 같은 넘버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브로드웨이에서 오디션을 실시해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전 세계로 올 한 해 월드투어를 시작한다고 한다.
브로드웨이에서 캐스팅된 외국 배우들의 움직이는 동선이나 몸짓 등이 기존의 한국공연과 많이 비슷했다. 그간의 국내 공연이 가히 모범적인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브래들리 딘조차 이전 공연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조승우의 연기를 유튜브를 통해서 미리 연구하고 분석했다고 하니 이해가 된다. 즉,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열연을 하고, 번안이 된 넘버가 아닌 원 작곡가의 오리지널 넘버로 언어를 초월한 국내 관람객들의 감동을 얻을 수 있다면 세계무대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한 한국 제작진의 역수출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우리 공연시장의 위상과 콘텐츠의 수준 역시 한결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공연이 대전, 천안뿐만 아니라 서울 공연에 이어 월드투어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 동안 지역방송사에서 기획하는 특별공연이 단순히 해외 공연을 유치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이번 대전MBC 창사 53주년 기념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공연은 지역민에게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제공하여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지원하고, 나아가 우리 문화의 발전과 육성을 지원하는 지역지상파 방송사 존재의 당위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한 차원 더 성숙한 공연이었다. 대전MBC가 매년 창사기념일에 이와 비슷한 기획으로 눈과 귀를 여러 번 더 호강시켜주기를 기대해본다.
채시아 / 대전MBC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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