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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쳤으니 이제는 좀 일어서자, 대한민국 - 대전MBC <시사토론 M> ‘2016 한 해를 돌아보다’

 

공교롭게도 ‘병신년’이라는 육십간지의 신통방통한 작명의 조화(造化) 때문인지 ‘이게 나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암울한 요즘, 지구 반대편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한 경기침체 등을 거론하며 ‘빌어먹을 2016(bloody 2016)’이라고 올해를 정리했다고 한다. 국경을 초월한 누리꾼들의 활발한 교류와 정보통신, 교통의 눈부신 발달로 온 우주가 지구촌을 이루고 촘촘히 얽히고 설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탓인지, 사람 사는 동네 사정은 다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지난 일요일 방영된 <시사토론M>은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며, 밝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2016년을 되짚어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 병신년의 Keyword <불안>
예로부터 사계절이 뚜렷하여 살기 좋은 아름다운 대한민국, 특히 우리지역 대전은 자연재해에 민감하지 않은 안전지대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큰 일이 드물었다. 병신년 한해 정말 스펙터클한 사건사고가 많았지만 남의 나라 일인 줄만 알았던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는 피부로 느끼는 공포를 제대로 안겨준 엄청난 물리적 충격이었다. 이맘때쯤이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다사다난했던 한해’라는 표현이 정말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올 한해는 사건사고로 가득하다. 아동학대, 여성혐오 사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 표출로 인한 폭행사건은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낳았다.


한편, 원전폐기물 문제 등 사회 혐오시설 처리 관련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부터 시작해 최근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이 부른 촛불집회까지 이 모든 사회적 불안의 요소들이 하필이면 이런 시국에 자연재해와 묘하게 맞물려 일어났다. 이런 일을 겪으며 온국민은 국가의 시스템적 한계와 문제점을 직시하게 됐고,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평가가 요즘 줄을 잇고 있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

 

 

: 神, 新, 信
토론 프로그램이지만, ‘2016 한 해를 돌아보다’라는 주제에 맞03게 어느 한 현안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가진 각계 전문가들의 팽팽한 의견대립보다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 큰일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마치 어느 종편의 인기 프로그램인 ‘썰전’을 보는 것과 같이 흥미로웠다. 또한 올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사고를 여성혐오, 아동학대,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 표출 등과 같은 인간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갈등과 불안, 부정부패 및 컨트롤 타워의 부재 등 사회 시스템의 붕괴에서 오는 불안 등으로 분류하며 그 성격을 특정한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출연자 모두가 이 모든 불안과 갈등이 성장만을 강조하며 그 동안 우리가 간과해왔던 도덕적 결핍에서 시작된 재앙이 아니냐 하는 의견에 격하게 공감한다.


: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
토론자 중 한 명이 이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 단위인 가족이라는 이념이 붕괴되면서부터 우리 사회의 도덕이라는 개념이 약해진 것 아닐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가장 기초적인 것을 저버리면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직시하고 있는 사회전체의 불안을 해결해 보기 위해 가족 구성원간의 도덕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의견이 낯설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사회 기초적인 집단에서부터 시작된 불신으로 인하여 잘못된 대인관계와 사회관계가 형성된다는 의견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큰 일이 닥칠수록 기본부터 다시 짚어가며 일상에 정진하면 답이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Adieu 2016
<곡성>, <부산행>,<아수라>,<판도라>, …. 올 한해 우리나라 스크린을 장악한 한국영화들이다. 하나같이 암울하고 묘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 영화들만 봐도 요즘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저런 암울한 영화에 더 흥미를 느끼지만, 얼마 남지 않은 새해에는 조금 더 인간적인 그러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에서 중첩된 불안을 영화에서까지 느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사토론 M>을 통해 희미해질 뻔했던 올 한해 어두운 사회 이슈들을 되돌아보며 그 어느 때보다 바람직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식이 필요한 이때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인지 정말 교과서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광화문 광장의 그 수많은 현실을 직시하고 걱정하는 시민의식이 새해를 맞아 촛불처럼 훅 꺼지지 않고 LED 빛처럼 일보 더 나아갈 수 있게 인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채건하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