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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사모광장

대전MBC와의 인연

1990년대 초 <대전MBC 여성시대> 출연을 계기로 지금까지도 출퇴근 후 지역방송을 자주 챙겨 보는 편이다. 지역 공예인들을 챙겨야 하는 13년간의 공예단체장을 올 초까지 역임하면서 방송을 통해 그들의 삶에 직·간접으로 도움이된 사례들과 에피소드를 알고 있다. 방송으로 인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로 인한 영향력을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2007년, 해마다 ‘대한민국 공예대전’을 앞두고 지역 예선이 치러지고 있었다. 그 해 6월, 시청에서 시상식이 끝나고 긴장이 풀린 나는 약간의 몸살 기운으로 오전을 누워서 쉬고 있었다.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대상작인 주얼리(보석)의 작가에게 전화가 왔다. “큰일 났어요. 이사장님.” 첫 마디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전시가 끝난 후 사업장에 갖다 놓은 대상작을 비롯한 모든 작품의 도난 소식이었다. 곧 본상에 출품해야 할 상황이라 그것도 난감했지만 당시 해외 수출전도 앞두고 있어서 모두를 잃은 절박함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일단 전화를 끊게 하고 모든 언론사에 도움을 청했다. 대전MBC에서는 <정오뉴스>부터 늦게까지 보도를 해주었다. 디자인 도용 우려도 있어 애를 태우며 긴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까지도 수사 진전이 없었다. 사흘째 되던 새벽, 범인들이 CCTV를 피해 훔쳐 갔던 주얼리를 담은 자루를 경비실 쪽으로 던지고 도망을 갔다는 소식이 왔다.


도난당한 그날, 하루 종일 방송이 나가는 발 빠른 대처 덕분에 특허 받은 디자인의 주얼리가 공개되어 범인이 어쩔 수 없이 돌려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얼마 후 대전MBC <허참의 토크&조이>의 MC가 혹시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없냐고 해서 그 일로 방송출연을 하게 되었다. 그 주얼리 작가와 함께 그때 상황을 얘기해 방청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그 후 주위에서 우스갯소리로 대상 받아서 방송하고, 도난사건으로 다시 방송에 나오고, 주얼리를 찾아서 세 번째로 방송출연을 했으니 더 잘 된 것이 아니냐고 장난 섞인 말들을 하곤 했다. 지금도 잊지 못한 고마움으로 남아있는 방송의 위력을 실감한 때였다.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더 있었다. 우리 전통공예를 지켜 가고 있는 장인(匠人)을 추천해 달라고 하여 벼 수확을 마치면 볏짚을 이용해 새끼도 꼬고, 가마니도 만들고, 집안에서 쓰는 둥구미를 비롯한 생활용품도 재현해 만들고 있는 장인을 추천하였다. 2000년 초에 대전MBC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계속 NG가 났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 용도로 쓰인 옛것들을 설명하면서 자꾸 ‘요놈은’, ‘조놈은’ 하면서 물건들을 호칭하다 보니 진행자가 진땀이 났다고 한다. 시골에서 소박한 생활을 해온 분이라 방송 용어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알 리가 없었던 것이다. 계속 애를 먹다가 나중에는 할 수 없이 진행자가 같이 “아, 요놈이 바로 그거로군요.” 하고 웃으면서 받아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훗날 듣게 되었다.


지금도 그분은 처음으로 방송에 나가서 손수 만든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기쁨에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던분이 2007년 드디어 대전시 초고장 보유자가 되셨다. 지금도 그분은 나를 만나면 “그때 MBC 그분들 잘 계시지요?”라며 안부를 물으신다. 어찌 MBC와의 소중한 인연이 아니리. 그래서 나는 오늘도 퇴근 후 채널 11번 앞에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