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신문에서 읽은 단상이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필요조차 없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나 당연한 얘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에게도 삼권분립이 필요하다’란 얘기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입법·사법·행정이 올바르게 구분되고 제구실을 제대로 해야만 국민이 행복하고 나라가 융성한 법이다. 그러나 사람 개개인에게도 삼권분립이 적용되도록 살아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명예와 권력과 부’가 한 사람에게 몰렸다거나 집착한다면 종당에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인간에게도
삼권분립이 필요하다
세상을 살면서 꿈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끄럽지 않게 살만한 경제적 조건을 갖추었다면 좋겠지만, 그저 아쉽지 않을 경제력은 있어야 사람대접을 받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또 권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장에서 입사동료들보다 턱 없이 늦는 승진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견디기 힘든 것 중 하나다. 주변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와는 별 상관없는데도 위축감을 받기 일쑤인데,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명예는 말해 무엇 할까싶다.
일반적으로는 돈이 있어야 사람 구실도 하고 권력과 명예도 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고,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별반 이루어 놓은 것 없이 나이를 먹고 보니 더더욱 몸에 와 닿는다. 아비구실을 제대로 못했으니 가장 구실이야 말해 본전도 못 찾을 위인이고, 일가친척 앞에선 조용히 입을 닫고 지낼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최근 온 나라를 벌집 쑤신 것처럼 만든 딱하고 부끄러운 국정농단 사건이 있다. ‘언싱커블(unthinkable)’한,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이며 도저히 가라앉지 않는 건국 이래 희대의 사건이기에, 외신들은 한국 정부가 샤머니즘에 휩싸였다며 국격을 슬그머니 깎아내리려 든다. 이것이야말로 부와 권력과 명예를 움켜쥐려는 과욕에서 불거진 화려했던 최고 권력 비선실세의 추락사건이 아닐까 싶다.
세 가지 복 중에
하나라도 누렸으면
그것으로 감사해야
과거 우리는 군사정권 이래 별의별 정경유착과 권력비리의 마지막을 봐왔다. 사람은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만이라도 복을 누렸으면 그것으로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말 타면 종을 부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가 보다. 그 욕심이 과하면 틀림없이 좋지 않은 결말이 있게 마련이란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손을 내밀어 움켜쥐려는 것이 문제였다. 지난날 필자가 젊은 시절 대전MBC 방송에 자주 출연했던 때가 있었다. 거짓말을 좀 보태면 한 달에 한 번씩은 출연했을 만큼 자주 얼굴을 내비쳤던 때, 같은 방송국에 근무하던 지인이 내게 조언을 해주었다. “기산 선생님, 요즈음 저희 방송에 자주 나오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출연이 잦으면 시기와 질투도 잦은 법임을 생각하셔야 해요.”라며 진정으로 필자를 걱정해주었다.
화가가 그림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지 얼굴이나 말로 자신의 예술관을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그의 충고를 감사하게 생각했고 언론에 지나치게 얼굴을 내세우는 경솔함을 자제해왔으며, 지금도 그 우정에 감사하고 자족하는 마음이려 노력한다.
작금의 수저타령일랑 접어두고라도 건강한 육신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몸이 건강하니 젊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다. 게다가 늘그막까지부부해로하고 있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 과욕보다 더 치사한 병이 노욕이라는데 그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감사가 제일 귀한 보약이지 싶다. 자기 인생을 모독(冒瀆)하지 않으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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