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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ABU 시상식을 보면서 -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 참관기

 이번 53회 ABU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0월 18일부터 26일까지 열렸으며, 아시아 태평양 방송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교환의 장소였다. 필자는 총회보다 ABU 시상식을 보며 느낀 소회를 간단히 말하고자 한다. ABU 시상식은 TV와 RADIO, 두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69개국 278개 회원사의 다양한 고품질의 프로그램들이후보로 올라왔다. 먼저 라디오 부문을 보면 중국, 인도, 이란, 방글라데시 등 여러 국가에서 출품한 작품들이 후보에 올라왔다.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방송사는 이란의 IRIB 방송사였다. 라디오 부문에서 드라마, 다큐멘터리, 뉴스, 인터랙티브 등 거의 대부분에 후보작을 냈으며, 그 중 두 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도 누렸다. 이란의 방송은 거의 본적이 없어 기대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중동국가에서 만들면 얼마나 잘 만들까 하고 오만한 생각을 한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프로그램이 사회적 관심 없이는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어려운 일을 해냈고, 또 특정한 하나의 부문이 아닌거의 전 부문에 후보작을 낼 정도로 우수한 방송사임을 느낄 수 있었다(IRIB는 TV의 어린이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TV 부문은 비교적 방송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일본,중국, 러시아 등이 많이 수상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방송(EBS)의 <Green Animal>이 다큐멘터리 본상을 수상해 반가웠다. 여기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중국의 CCTV가 연예오락 부문에서 <Impossible Challenge>라는 프로그램으로 수상한 부분이다. 처음에는 이걸 보면서 제목이 ‘불가능한 도전’이길래 <무한도전> ‘짝퉁’ 프로인가 하고 봤더니 그건 오해였고,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정말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을 담은 프로그램인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게 느껴질 정도로 스케일이 상당히 큰 프로그램이었다. 예능하면 우리나라가 강국이지만 이젠 중국 프로그램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과거 짝퉁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었으나 요즘은 중국에서도 정식으로 포맷을 수입해 현지에 맞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참고로 중국 CCTV에서 MBC<무한도전> 정식 판권을 사서 <대단한 도전>이란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이번 시상식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두 가지이다. 첫째, 분명 우리나라는 방송산업이 다른 아시아국가보다 확실히 발전된 나라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들려다 보니 쇼, 오락, 드라마에만 편중되어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각국의 아시아방송사들이 그들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걸 풀어가는 기술, 또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써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음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고,ABU에 참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는, ‘기회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도 있었지만, 저예산으로도 사회적 정서와 시대의 조류 등을 잘 이해하는 프로그램들이 수상한 것을 보면, 우리도 참신하고 좋은 아이템으로 승부하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총회에서 준비한 다양한 포럼에 참석하고, 또 신선한 사례를 발표하면서 ABU에서 좋은 반응도 있었고, 대전MBC를 유·무형으로 많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ABU 시상식이 끝나갈 때쯤 다들 비슷한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다음에는 수상작으로 선정돼 이곳에 와야겠다는 생각, 대전MBC가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만든다기보다는 이번 수상작을 대전MBC가 만들었다라고 알릴 수 있도록 조금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명신환 / 편성제작국 영상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