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도 아닌데 …
철조망에 가로막힌 두 아파트
“바로 옆 A아파트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가려면 빙 둘러가야해요. 철조망이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11살 이 모 군) “철조망이 없으면 대형 마트를 가기가 더 편한데 먼 길을 돌아가야 돼서 불편하죠.” (56살 김 모 씨)
대전의 아파트 밀집지역인 둔산동에 이웃한 A아파트와 B아파트, 두 아파트 사이엔 300여 미터 길이의 철조망이 놓여 있다. 마치 남과 북처럼. A아파트는 일반 분양 아파트, B아파트는 임대 아파트다. B아파트 1,500가구 주민 가운데 60%는 취약계층, 새터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난한 아이들과 같은 학교 못 보내” …
상처 받는 아이들
대전의 또 다른 아파트 밀집지역인 월평동. 10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초등학교 2곳이 들어서 있다. C초등학교의 올해 졸업생 수는 44명, 길 건너 D초등학교는 졸업생이 201명으로 4배나 더 많다. 도로 하나를 놓고 한 곳은 폐교 위기, 다른 곳은 과밀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C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놓인 것은 학군이 임대 아파트와 인근보다 값이 싼 아파트이기에 학부모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C초등학교에 입학시키지 않기 위해 위장전입까지 서슴지 않는 실정. 집착에 가까운 어른들의 이기심이 어린이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는 셈이다. 살기 좋다고 이름난 과학도시 대전, 차별로 얼룩진 2016년 11월의 민낯이다.
Broadcasting For All …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모두를 위한 방송
세계 67개 나라, 278개 방송사가 회원으로 있는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ABU의 제53차 총회가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 회원사들은 ‘모두를 위한 방송’으로 요약되는 ‘발리선언’을 채택했다. 각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을 없애 진정한 통합을 이루자는 취지다. 인류의 절반가량인 30억 5천만 명의 가시청 인구를 둔 세계 최대 방송사 연합체인 만큼 이번 선언의 파급력은 대단할 전망이다. 총회 기간에 열린 다양한 세미나에서 ‘모두를 위한 방송’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소개됐고 구체적인 방법론도 언급됐다. 총회 내내 나온 다양한 관점과 의견, 주장들을 관통했던 하나의 맥락은 바로 ‘진정한 배려’였다. 인종이나 성별, 종교등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선 무엇보다 방송이 소수자에게 관심을 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심층적인 문제 진단에서 구체적
솔루션 제공까지 … 실천적 저널리즘 시대
미국의 한 방송사는 케냐, 요르단, 페루, 방글라데시, 칠레 등 5개국 여성들이 처한 조혼과 낙태, 성차별, 리더십 문제 등을 심도 있게 파헤치고, 국제기구와 협력해 다양한 문제해결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개선 사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상대적 빈곤과 외상 후 스트레스, 성적소수자 문제 등 사회에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소수(InvisibleMinority)’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소수자의 마음속으로 카메라를 줌인하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치유의 과정까지 동행하는 언론의 모습이 신선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무한 자유경쟁 속에서 상실되는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세계의 많은 방송사들이 진화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차별까지 끄집어낼 정도로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기구와 지역사회를 연결해 구체적인 솔루션까지 제시하며 진정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달 넘어 사회통합 매개체 돼야 …
‘하는 뉴스’에서 ‘만드는 뉴스’로!
인터넷과 SNS, 각종 케이블 채널, …. 하루에도 셀 수 없는 뉴스가 쏟아진다. 상당수가 다수자의 생각과 이론을 단순 재생산해내는 피상적인 수박 겉핥기식 뉴스다. 물론 사실 관계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전달은 방송 뉴스의 엄연한 소명이자 기본이다. 하지만 배려와 동행의 가치, 약자에 대한 배려가 깃든 모두를 위한 방송이 세계적 추세인 만큼 이제는 달라져야한다.
반세기만에 일군 세계 13위 경제대국. 하지만 그 압축 성장 뒤 찾아온 소득의 편중, 부의 세습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상위10%가 소득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마저 겹치면서 중산층, 중소기업 붕괴로이어지고 있다. 글머리의 사례를 비롯해 흙수저나 헬조선, 삼포세대 등 사회적 차별은 심화되고 냉소의 깊이는 더해가고있다.
그만큼 방송과 뉴스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사실만 객관적으로 전해주는 ‘하는 뉴스’에서,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차별과 아픔을 치유하고 소통과 공감의 터전 위에서 사회를 통합해 나가는 ‘만드는 뉴스’로 전환해야 한다.
김지훈 / 보도국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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