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편안하고 신뢰감 있는 날씨 예보를 전하겠습니다.
저는 박찬송 기상캐스터입니다”
동트기 전부터 시작하는 하루는 언제나 고단하다. 미처잠을 털지도 못한 채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DJ와 대화하듯 잠긴 목소리를 가볍게 푼다. 경기 전 준비 운동을하는 선수처럼. 박찬송 기상캐스터가 출근 전부터 준비하는 것은 목소리를 정비하는 일이다. 출근은 택시를 이용한다. 버스 운행 전이라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택시기사를 통해 얻는 지역 정보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안개가 유난히 짙은 구간을 통과할 땐 머릿속으로 날씨 기사에 넣을 정보를 입력해요. 택시를 타면 날씨뿐 아니라 지역 정보도 빠르게 들을 수 있어 좋은 점이 많아요. 대화하면서 목소리도 가다듬고요. (웃음)”
지긋지긋한 폭염을 견딘 선물처럼 가을이 찾아올 무렵, 박찬송 기상캐스터가 대전 시청자의 안방을 찾았다. 청량한 가을바람을 닮은 목소리로 ‘우리 지역의 날씨’를 전하기 시작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며 전문 방송인으로 역량을 키웠고, 신속과 정확을 요하는 교통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일하며 목소리로 전하는 방송의 힘을 체감했다. 누구나 말은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말하기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그녀의 지론처럼, 제대로 방송하기 위해 꾸준한 관리와 노력을 거듭한 끝에 오랜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몇 시간을 당겨 시작하는 일과에 비해 빛나는 순간은 아주 짧은 날씨 예보지만 기사 한 줄 작성에도 정성을 다한다.
“첫 5초, 그러니까 첫 문장을 가장 신경 써서 작성해요. 단순히 날씨를 전하는 문장이 아니라 유연하면서 쉽고 전달력 있는 문장이 뭘까 고민에 고민을 더하죠. 그래서 분장 시간이 촉박할 때가 종종 있지요. 그럼에도 솜씨 좋게 분장을 해주는 분장실 식구들이나 너무 마른 체형 때문에 매번 애먹는 라보라 스타일리스트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리고 아직도 긴장하는 제게 편하게 하라는 선배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
특히 <생방송 아침이 좋다>에서 날씨를 전해달라며 박 기상캐스터를 밝게 불러주는 김경섭, 박윤희 아나운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신입 투수가 던진 공을 능수능란하게 받는 포수처럼 이 베테랑 선배들은 박 기상캐스터와 주고 받는 얼마 안 되는 대화를 감칠맛 나게 요리한다. 그래서 날씨를 전하는 목소리엔 더 힘이 들어가고 미소는 더 환해진다. 그리고 애정 어린 잔소리도 몇 마디 더해진다. 기온이 떨어졌다면 평소보다 옷차림에 신경 쓰길, 미세 먼지 농도가 짙어졌다면 건강관리에 주의하라는 당부 등. 공식처럼 내뱉는 주의사항이 아닌 ‘저 기상캐스터가 날 걱정해 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길 바라며 잔소리 한 줄을 기사에 더 적어 넣는다.
“친구가 우산을 챙기라고 하듯, 혹은 언니가 동생을 염려하며 외투를 더 입으라고 할 때처럼 제가 전하는 날씨에 애정을 담고 싶어요.”
애정과 함께 좀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박 기상캐스터는 지금도 공부 중이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를 기울여 생활 밀착형 날씨를 전달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는 그녀의 일과 중 하나다. 화면에서 자신을 돋보이도록 위치를 꼼꼼히 체크해 주며 매일 피드백의 수고스러움도 마다치 않는 방송국 동료들에게 피해주지 말자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녀는 매일 자신과 싸우고 시간과 싸운다. 그 싸움 끝에 자신이 바라는 준비된 내일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순간순간을 열심히 준비해 ‘내일을 맞이하는 사람이 되자’는게 제 신조예요. 부모님이 지겹도록 반복해 말씀하신 ‘성실히살라’는 말이 살아보니 그만한 정답이 없더라고요. 성실히 준비하다 보면 제 영역에서 인정받는 순간이 올 거라 믿어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 기회는 예상보다 빨랐다. 다음 달 초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중 한 코너를 맡게 됐다. <정오의 희망곡> 중 박찬규 리포터와 ‘스피드 퀴즈’ 코너를 진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그녀의 영역이 또 어떻게 확장되어 나갈지 벌써 기대가 된다.
안시언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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