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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의 꿈, 남태평양 피지에 피어나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필두로 한 10명의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의 피지 단기봉사활동(9. 6~12)을 대전MBC가 동행 취재했다.

 

관광과 럭비의 나라, 피지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 두 개의 큰 섬과 322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인구 1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나라다. 코이카 봉사단이 피지에 간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유명한 관광지에 원조 활동을 하러 간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하지만 피지에 처음 발을 내디딘 순간, 아름다운 휴양지의 모습과는 거리가먼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국제공항이 있는 난디에서 수도인 수바까지는 차량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한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우리나라 70~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이 펼쳐졌다.

 

코이카가 맺어준 인연,
한글학교 라상현 교장

수바에 도착한 코이카 봉사단이 처음으로 찾은 곳은 남부아 초등학교다. 봉사단원들은 장시간 비행 후 눈 붙일 새도 없이 도서관 벽화그리기와 단원들이 직접 구입한 책을 도서실에 정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같은 시간, 교실 한곳에선 피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수업이 한창이었다. 수바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라상현 교장의 아내인 이희경 씨가 피지 학생들에게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코이카 봉사단이 남부아 학교를 찾게 된 것도 이곳에 한글학교가 있기 때문이었다. 수천 권의 도서와 대출 관리 시스템이 갖춰진 한글학교 도서관에 비해 현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책도 부족했고 체계도 갖춰지지 못한 상태였다. 한글학교 교장인 라상현 씨의 제안으로 코이카 봉사단이 학교에 영어 도서를 기증하게된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라상현 씨는 2006년 코이카 태권도 봉사단원으로 처음 피지와 인연을 맺었다. 2년 간 피지 경찰학교에서 태권도 교관으로 봉사하다 귀국했는데, 피지 태권도 협회의 제안으로 2011년 아내와 함께 다시 피지를 찾게 되었다. 현재는 피지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수바 한글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현지인 태권도 사범과 올림픽에 출전할 대표선수를 길러내는 것. 라상현 사범이 피지를 비롯한 남태평양 도서국에 태권도와 한국의 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 것도 코이카와의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날 봉사단이 찾은 곳은 수바의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을 위해 설립된 드림(Dream) 공립 유치원이다. 이곳에 도착하자 60명의 원아들이 색동 한복을 입고 한국에서 온 손님을 환영하는 공연을 선보였다. 한국인 선교사 부부가 원장으로 있는 이곳은 정부로부터 교사 급여 일부를 지원받지만 교육비가 무료이기 때문에 운
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코이카 봉사단원들은 유치원에 학용품과 장난감, 구충제 등을 전달하고 마당에 그네와 사다리 등의 놀이기구를 설치해줬다. 선물도 좋지만 별다른 체험활동이 없는 이곳의 아이들에겐 봉사단의 방문자체가 하나의 큰 즐거움이라는 것이 원장의 설명이었다.


수바를 떠나 난디로 돌아가는 길에 코이카 봉사단은 라키라키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병원에 들렀다. 라키라키 병원은 1996년 코이카의 지원으로 설립된 곳으로 한국과의 인연이 깊은 곳이다. 현재는 코이카의 민관협력사업 중 하나로 결핵관리 역량강화사업이 이곳에서 진행 중이다. 현지 의료진의 말에 따르면 피지에서 가장 심각한 질병은 결핵과 당뇨, 비만이다. 선진국형 질병인 당뇨, 비만과 후진국형 질병인 결핵이 공존하는 독특한 상황. 의료 수준은 낮은 반면, 식습관은 서구형으로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봉사’가 아닌 ‘협력’으로,
‘원조’가 아닌 ‘투자’로

현재 피지와 태평양 지역에서 진행 중인 의료,보건 관련 사업은 코이카 피지사무소의 오충현 보건전문가가 담당하고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그 역시 의료봉사단의 일원으로 처음 코이카와 인연을 맺었다. 2005년부터 3년간 페루에서 국제협력의사로 활동한 후 코이카에 입사해 보건전문가로 일하게 된 것. 안정적인 수입과 안락한 생활이 보장된 평범한 의사의 길을 뒤로 하고 개발도상국 파견을 자처한 오충현 보건전문가. 그는 코이카의 개발원조(ODA) 활동을 ‘봉사’가 아닌 ‘협력’으로 생각해 달라는 말을 취재진에 전했다. 자신이 페루에서, 피지에서 현지인들에게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는 것. 또한 이들에게 베푸는 것이 훗날 우리에게 돌아올 ‘투자’라는 것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봉사단이 피지에 머무는 동안 코이카 피지사무소가 개소식을 가졌다. 앞으로 피지뿐만 아니라 파푸아뉴기니, 솔로몬군도 등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지원을 총괄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 3명뿐인 사무소 인력도 보강 하고 해외봉사단도 파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이 뿌린 희망의 씨앗이 태평양 곳곳에 자리잡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김학철 PD / 편성제작국 제작부

 

 

코이카의 꿈 ‘피지 편’ 1부, 2부
<생방송 아침이 좋다>
9월 27일(화), 28일(수) 오전 8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