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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알 권리 vs 인격권, 조화를 위해 - 지난 30일, <초상·인격권과 방송> 주제로 대전MBC 조찬특강 열려

 

방송보도로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 등 개인의 인격적 가치가 침해됐다며 언론중재를 신청하가나 소송을 제기하는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언론소송을 당하게 되는 제작진은 바쁜 취재일정에도 불구하고 각종 소송 대응자료와 법원 제출서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상당히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취재진은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는 소재의 취재를 꺼리기도 한다. 취재를 당하는 당사자로서는 개인의 인격권 보호도 보도의 공익성만큼 중요하기에 ‘알 권리’와 ‘인격권’이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취재에 있어서 인격권 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에 대전MBC는 지난 8월 30일 오전 8시 대전MBC 4층 대회의실에서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를 초빙해 <초상·인격권과 방송>을 주제로 제작 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례를 갖고 강연회를 개최했다.

 

방송과 초상권 관련 조정 사례
언론중재위원회에 올라온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명절 스트레스 풀자…백화점에 몰린 주부들’이란 제목으로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주부의 얼굴을 촬영 동의 없이 취재, 방송하였다(MBN 2014. 9. 11.). JCN 울산중앙방송(2013. 7. 18.)은 ‘김PD의 맛짱 프로그램 팥빙수 편’에서 팥빙수를 먹고 있는 여성이 눈꺼풀 수술한지 얼마 안 되었으니 촬영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했음에도 방송하였다.


언론보도를 통해 초상권 침해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이유는 언론이 공적인 업무수행이나 정책 집행, 공적 이익과 관련된 활동, 국민적 관심을 받는 이슈 등이 뉴스 가치(news value)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취재대상에게 게재여부를 일일이 물어보지 않고 보도하는 관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되려면?
때에 따라서는 당사자의 명예가 훼손된다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 언론사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한다.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되는 첫 번째 요인은 공익성이다. 명예훼손적인 보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보도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실하지 않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보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보도의 진실성 또는 상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진실성이란, 보도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하는지 여부를 말한다. 하지만 보도 내용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합리적 자료나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그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 이를 ‘상당성’이라고 한다.

 

셋째, 공인 즉 공적인물(public figure)의 경우에는 그 사진이나 영상을 보도하더라도 명예훼손 침해의 위법성이 없다고 본다.


넷째,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정부·국가기관의 정책결정, 업무수행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언론의 명예훼손적 보도가 명백한 허위사실로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고히 하고 있다.


다섯째, 정부·국가기관의 정책결정과 업무수행에 대한 언론보도로 인해 관여 공직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더라도 이는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일 때에는 언론에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영상물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는 시대이고 ‘읽는 매체’ 시대에서 ‘보는 매체’ 시대로 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인의 인격권 침해’와 ‘공적 이익의 확보’라는 가치를 곰곰이 되새겨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정종건 부장 | 경영기술국 경영심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