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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만남, 열한 번째 견우직녀축제를 즐기다

 

뜨거워도 너무 뜨겁습니다. 열흘이면 잦아들던 열대야가 벌써 보름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보통 칠월칠석 즈음이면 더위도 식으며 비가 한바탕 내리곤 했고 작년에는 처서를 앞두고 칠석날이었는데, 올해는 말복 전에 칠석날이 있어서 그런지 유난히 더 뜨겁습니다. 비는 8월 9일 칠석날 아주 잠깐 다녀가긴 했지만 열한 번째 견우직녀축제가 열린 지난 주말의 열기는 ‘칠석우를 쏴라, Play in the rain’과 야밤 EDM 클럽파티로 시원하게 날렸습니다.

 

 

 

 

엑스포 다리는 양과 음이 조화를 이룬
‘견우직녀 다리’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상제님이 견우와 직녀가 신혼의 즐거움에 빠져 일을 게을리 하자 은하수 너머로 서로 떨어뜨려 놓은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제님이 신혼의 견우와 직녀를 시기한 것 같기도 하고, 작금의 저출산시대 캠페인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만, 애타게 그리는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 덕분에 극적으로 만나는 부분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대전에서 만나는 견우와 직녀는, 청과 홍, 양과 음의 조화를 이룬 엑스포 다리, 일명 견우직녀 다리로 항상 건널 수 있으니 눈물 흘리며 1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까막까치가 오작교를 만드느라 더 이상 머리 벗겨질 일은 없겠지요. 바로 이 견우직녀 다리에서부터 대전의 견우직녀축제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지금은 전국 유일의 견우직녀축제가 되었습니다.

 

사랑더하기, 전통혼례, 리마인드 웨딩쇼,
백년해로 상

견우직녀축제의 핵심은 바로 남녀의 만남과 사랑이고, 그것을 축하하는 자리가 가장 핵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더하기’로 만남을 만들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과 신부가 전통 방식으로 혼례를 올리고, 기존 부부들이 ‘리마인드 웨딩’으로 서로의 사랑을 환기하는 의미에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다가 ‘백년해로 상’에서 폭죽을 터뜨리게 됩니다.

 

 

 


‘사랑더하기’ 프로그램을 통하여 지금까지 12쌍의 부부가 결혼에 골인하였고 앞으로 이 기회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드는 부부가 얼마나 더 탄생될지 기대됩니다. 그렇게 탄생하는 부부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건강하게 백년해로 하는 것이겠지요. 올해 백년해로 상을 받으신 분은 이장우 할아버지(85)와 이석남 할머니(82)입니다. 결혼한 지 64년째로 회혼을 훌쩍 넘긴 부부였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은 이장우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만나게 된 60여 년 전 스토리를 거침없이 생생하게 펼쳐 놓았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견우직녀축제에 참가한 많은 시민들의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최고 인기남이 되었습니다. 대중이 폭소를 터뜨리며 더위를 날릴 정도로 가장 즐거웠던 시간 중의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말 그대로 백세 시대가 되었으니 요즘 부부들은 건강하고 화목하기만 하면 백년해로도 할 수 있고, 만혼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결혼 60주년인 회혼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부부가 함께 손잡고 견우직녀 다리로 자주 나들이도 나오고, 매년 견우직녀 축제를 함께 즐긴다면 ‘건강과 화목’이라는 두 가지 보물을 모두 얻게 되지 않을까요?


만남의 다리, 견우직녀 다리 앞 클럽파티와
다리 위의 성찬

무대 행사를 마치고 불꽃으로 하늘에 수를 놓는 시간이 지나니 어느덧 밤 10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원래 이 시각에는 견우직녀 다리 앞에서 신나는 클럽 음악과 함께 성인 남녀의 가면클럽파티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늦은 밤인데도 어린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가족들이 많아서 가면은 그냥 나누어 주고 모두 함께 어울린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면클럽파티 행사 예고에서도 건전하고 책임 있는 만남을 위하여 가면을 나누어 줄 때 신분증을 제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원래 목적대로라면 이 시간을 통하여 성인 남녀가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일 텐데 그 점이 아쉬웠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만남과 사랑을 테마로 하는 축제인 만큼 전국 성인 남녀의 자발적인 참가를 유도하려면 내년에는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과 성인남녀 클럽파티 시간의 성격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 MBC텔레비전의 인기프로그램인 <복면가왕>에 견우와 직녀 가면의 가객도 등장하여 열띤 감동의 무대를 선보였는데, 내년 견우직녀축제에는 견우직녀 가면클럽파티가 제자리를 잡아 전국적인 관심 속에 축제의 매력적인 핵심으로 제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이왕이면 가면도 청사초롱 등불 아래 서양식 가면보다는 견우, 직녀 가면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요?

 

주영선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