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훈훈했던 녹화 현장
지난 7월 28일, 대전MBC 1층 공개홀에서 진행된 <시사플러스> 스튜디오 녹화 현장을 참관하게 되었다. 공개홀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서늘한 냉기가 불볕더위에 참으로 반가웠다. 조명과 각종 장비들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함일지라. 촬영시작 전 방송 장비들을 미리 점검하고 있는 카메라 감독을 비롯한 열 명 남짓의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눈 뒤 방청석에 앉아 녹화 시작을 기다렸다.
“오늘 방송 대본이에요. 글 쓰시는데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담당작가가 친절하게도 먼저 대본을 챙겨주며 미소를 건넨다. 소소하지만 배려해주는 게 느껴져서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분장을 마친 임세혁 아나운서가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10여 년 전 대전MBC 아카데미 교육생이었던 필자를 기억하는 임세혁 아나운서의 세심함에 세월 혼자 마실 보내놓으셨냐며, 한결같은 동안 외모를 진심으로 치켜세우고는 녹화를 응원했다.
폐교 위기 성천초,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안녕하십니까? 시사플러스의 임세혁입니다.” 사회자의 인사 멘트와 함께 본격적인 녹화가 시작됐다. 대전MBC <시사플러스>는 지역의 현안과 이슈를 발굴하고 심층 취재하여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감시·고발하는 본격 시사프로그램으로 ‘세상을 보는 시선’, ‘시사르포’ 두 코너를 구성해 방송한다. ‘세상을 보는 시선’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사회적 메시지를 제시하는데, 이번 회에는 ‘배려가 필요한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도로 위 보복운전의 실상을 보여줬다.
‘세상을 보는 시선’을 여름철 보양식 전복삼계탕의 전복이라고 비유한다면, 심층 취재프로 ‘시사르포’는 삼계탕의 주 재료인 닭인 셈이다.
이번 방송에는 대전 도심에 위치한 성천초등학교의 폐교 위기 사례를 통해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돌아보는 취재물이 보도됐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통학길을 오가며 무심코 지나쳤던, 도서지역도 아닌 아파트가 빼곡한 도심 속에 위치한 내가 살던 동네 근처의 학교가 폐교위기에 놓였다고 하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놀랍기만 했다.
22년 전 개교 당시 학생수가 1700여 명에 달하던 큰 학교였던 성천초등학교가 현재는 한반에 열 명이 채 안 되는 상황인데, 이는 통학권에 해당하는 아파트의 세대 구성이 변하면서 생긴 자연적인 감소도 폐교 위기의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성룡초등학교로의 학생 이탈 현상에 더 주목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공아파트와 민영아파트가 근접해 있는 지역의 특성상 학군이 두 군데로 나뉘면서, 어른들의 잘못된 선입견이 아이들을 분불류하고, 위장전입을 통해 전학을 가는 등의 결과가 오늘 날 두 학교의 양극화를 초래하였고, 의도치 않게 학습의 질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으로부터 시작한 부정적 파생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녹화 중인 스튜디오에서는 PD가 현장에 직접 나가 취재한 영상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쉽지 않은 취재였을 거라고 막연하게나마 추측을 해본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한 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이며 그 주변 학군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8년 만에 <시사플러스>로 돌아온 윤성희 PD
특히 <시사플러스> 초창기 방송을 담당했던 윤성희 PD가 8년 만에 다시 복귀하여 제작한 첫 작품이라는 점도 상당히 흥미롭다. 지난해 대전MBC 창사 특별기획 2부작 <갈릭루트>를 재미있게 봤는데, 그 프로그램을 연출한 윤성희 PD의 시사플러스 복귀와 함께 TV 출연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더 의미 있었다.
스튜디오 촬영이 끝난 후 윤성희 PD와 짧게 나눈 대화에서 이번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같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공감할 수 있었고, 안타까운 사회현상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8년 전에는 이렇게 출연을 한 적이 없었는데…”라며 분장을 하고 TV에 얼굴을 비춘 것에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직접 출연을 하기에 더욱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윤성희 PD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그대들이 있기에…
밤 11시, 오후 동안 참관했던 스튜디오 녹화 현장을 떠올리며, TV 앞에서 본 방송을 기다렸다. 아직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마치 내 아이의 재롱잔치를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이랄까? 평소와는 달리 <시사플러스>를 더 꼼꼼히 메모해가며 시청했다. 직접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스튜디오 녹화 현장을 참관하고 본 방송을 시청하니 뭔가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시험을 잘 본 뿌듯한 느낌이 든다.
언론도 ‘김영란 법’의 잣대 안에서 부패되었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요즘, 그래도 우리는 <시사플러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우리 지역 언론에 관심을 갖고 고마워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결국 그들도 우리 사는 세상을 비추는 한줄기 빛이 되고자 열심히 뛰는 따뜻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믿음을 다시 가져본다.
채건하 | 대전MBC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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