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샤의 아르바이트
해산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는 사샤가 화제입니다. 시급 15달러(우리 돈 1만6천 원 정도)를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샤는 지난 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고생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샤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둘째 딸입니다. 15살인 사샤는 미국 동부 매사츄세츠의 유명 휴양지인 마사스 비녀드의 한 해산물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방학을 이용하여 오전에 네 시간 정도 일을 하는데, 청소에서부터 주문도 받고 서빙도 하는, 보통 ‘알바생’들이 하는 일과 똑같은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유명해져서일까요, 화제가 되면서 이제는 주문과 서빙 일은 하지 않고 식당 뒤편에서 보조 일을 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사샤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식당 앞에 비밀경호원 여섯 명이 상시로 대기하는 바람에 사샤의 정체가 드러나게 됐습니다. 관심이 집중된 탓에 사샤는 ‘대중’들의 눈에 띄지 않는 뒤편으로 물러나게 되었지만 현직 대통령의 딸이 시급 1만6천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은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자식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화제에 올랐지요. 8년 전 백악관으로 들어오면서 미셸 오바마는 두 딸을 평범하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에서 평범하게 키운다는 말이 모순되는 이야기이지만 특별대우하면서 키우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나타낸 것이지요. 미셸 오바마는 약속대로 백악관에서 텃밭도 가꾸고 아이들에게는 엄한 규칙을 지키도록 하면서 그녀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학부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대학원은 하버드 로스쿨에서 수학한 미셸 오바마의 엄한 교육 방침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에 결석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주말에만 본다, 컴퓨터와 휴대폰 사용은 엄격히 통제한다, 운동은 두 가지 이상은 해야 한다, 자기가 할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 등이라고 하는데요, 듣기에는 쉬워보여도 실천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규칙들입니다. 백악관에서 집사들과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딸들이 자기 방 청소는 반드시 스스로 하게 한다든가 수 백 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서 전날 밤 행사를 치러도 밤새 이동해서 다음날 반드시 학교에 가게 했다고 합니다. 두 딸이 다닌 고등학교는 워싱턴에서 유명한 시드웰프렌즈라는 사립학교인데요, 저도 직접 취재를 간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인데도 자립심이 강하게 키워내는 미국의 전형적인 엘리트 고등학교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말리아와 사샤 등 두 명의 딸이 있습니다. 열여덟 살의 말리아는 이미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은 상태로 ‘갭 이어(gap year)’를 보내고 있습니다. ‘갭 이어’는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곧바로 진학하지 않고 사회 경험을 하기 위해 1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짐작컨대, 입학하면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캠브리지의 하버드 대학교 기숙사로 들어가야 하니 아버지의 임기 마지막 해를 백악관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 아닌가 합니다. 말리아는 어머니의 패션 감각을 물려받아서인지 ‘미국의 완판녀’로 등극했다고 하지요.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입는 옷이 대부분 10만 원 미만의 저가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할 때 입은 옷은 8만9천 원, 쿠바를 방문할 때는 5만3천 원짜리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말리아가 입은 옷들은 즉시 완판 대열에 올랐다고 하지요. 물론 국빈만찬 등 공식 행사에서는 2천만 원이 넘는 드레스를 입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사샤의 아르바이트가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있는 사람’의 행위가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세계의 대통령’으로 최고의 권력을 가진 인물의 딸이 그 권력을 이용해 ‘금수저’ 지위를 누리기보다 보통 사람들과 꼭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가의 옷을 입는 것들이 감동을 준다는 것이지요.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사람의 속성인지, 언제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질지 궁금해집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