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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가족여행 최적지, 충남 서천

 

 

 

방학마다 애들과 뭘 할지 걱정이 많으시죠? 비가 좀 오는가 싶더니 본격적으로 시작된 불볕더위에 밖에 나서기 두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더위와 더불어 국민 대휴가철도 시작이네요. 아이들은 시원한 바닷물에서 물장구치며 놀고 싶고, 어른들은 냉방이 잘되는 실내에서 편안히 쉬면서 자녀들에게 유익한 무엇을 원하기도 하지요? 제가 가본 서천은 이런 여러 연령층의 다양한 욕구를 모두 채워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분위기 그윽한 영화 촬영지 신성리 갈대밭
어른의 키를 훌쩍 넘는 갈대가 한여름의 푸르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장면을 아련히 떠올리며 갈대밭으로 성큼 내려서면 갈대문학길을 비롯하여 갈대소리길, 갈대기행길, 솟대소망길, 쉼터 등 다양한 이정표가 길을 이끕니다. 방향을 잘 잡아 출발하면 쉼터에서 내 집 마당의 평상처럼 쉴 수도 있습니다. 시원한 물과 평상에서 즐길 간식거리도 좀 챙기면 금상첨화지만, 너무 더우면 이곳은 가을 나들이로 남겨두세요. 누런 갈대가 가을바람에 물결 소리를 내는 그때 가셔도 좋습니다.

 

 


한산모시전시관과 ‘이골 난다’
뜨거운 여름 최고의 옷감은 바로 모시죠. 특히 고운 세모시는 시원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광택에 저절로 눈길이 갑니다. 손질이 힘들고 가격도 높아서 입어볼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한산모시전시관의 한옥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방연옥 여사가 직접 베틀에서 모시 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잔잔한 음악에 가락을 맞추듯 ‘솨라락 털컥 솨라락 털컥’ 한 줄 씩 쌓여가는 모시를 보면 그 안에 녹아든 장인의 수고가 느껴집니다. 모시실은 습기가 마르면 끊어지기 때문에 방에는 두 개의 가습기가 연신 안개를 뿜어댑니다.


잘 말린 태모시를 이로 쪼개어 모시실을 일정하게 하는 것을 ‘모시째기’라고 합니다. 가늘게 쪼갤수록 세모시가 되겠지요. 한 올 한올 침과 혀, 이, 입술로 이어 붙여 모시실타래인 ‘모시굿’을 만드는데, 모시째기 과정에서 입술에 피도 나고 치아에 골이 파일 정도여서 ‘이골 난다’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씨도 안 먹힌다’라는 말도 길쌈에서 유래된 말이니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웠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산의 모시짜기는 2011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송림해수욕장 스카이워크
두 전시관은 차로 10분 거리에 서로 가깝게 있지켜습니다. 대형 국립전시관이 두 곳이나 있다니 서천은 복을 많이 받은 곳입니다. 국립생태원은 지구상 모든 기후대의 전시관이 다 있기 때문에 워낙 넓어서 원내에서 셔틀버스로 이동합니다. 생태원 전시관과 외부 시설까지 여유 있게 즐기려면 꼬박 하루가 걸릴 만큼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시관인 씨큐리움에 들어서면 먼저 중앙에 4, 5층 높이로 해양생물자원 표본을 보관하는 씨드뱅크가 장관을 이룹니다. 어린 관람객도 집중하여 설명을 듣게 만드는 해설사 덕분에 전시 관람이 두 배는 더재미납니다. 사람의 동작에 반응하는 미디어 월이나 대형 고래뼈에 화면을 맞추면 고래가 살아나 공중으로 헤엄쳐가는 장치도 있습니다. 과학을 접목한 예술전시를 감상하고 책이 있는 쉼터에서 간식과 함께 여유 시간을 즐기면 그것이 바로 ‘문화 피서’죠.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뒤로 걸어 나가면 울창한 소나무숲 산책로가 있고, 백사장이 아름다운 송림해수욕장과 스카이워크가 있습니다. 스카이워크는 울창한 송림 사이로 높이 15m에 250m 길이로 만든 산책로입니다. 또한 일몰 감상의 명소인데요, 676년 신라 문무왕 때 당나라와 싸워 몰아낸 기벌포전투의 현장이었다고 합니다. 장항항에 우뚝 서있는 옛 장항제련소의 굴뚝은 해발 210미터의 높이로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이자 해방 후 국내산업의 상징이었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송림캠핑을 한다면 그 또한 멋진 추억이 될 것입니다.

 

주영선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