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람이다”
식당 이야기입니다. 채식을 좋아하는 제가즐겨 다니는 식당이 있습니다. 솥밥을 지어즉석에서 떠주고 각종 나물이 많아 식욕을 돋우는 곳입니다. 2층 창가에 앉아 멋진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고 식후에는 연못가 정원에 앉아 차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10분, 이 정도 거리에 이렇게 멋진 풍경이 있으니 발길이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떨 때는 약속 시간보다 10분가량 일찍 도착해서 연못가 테이블에 앉아 풍경을 구경하고 식당으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식당을 찾는 것이 좀주저되기 시작했습니다. 발단은 사람이었습니다. 종업원들이 한꺼번에 바뀌었습니다. 바뀐 종업원들은 이전의 종업원들과 전혀 달랐습니다. 음식 맛이 좋아 언제나 붐비는 식당인데, 손님들 서빙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종업원들은 왔다 갔다 하는데 손님들은 계속 뭔가를 요구했습니다. 반찬을 더 달라고 하는 사람, 물 달라고 하는 사람, 음식 주문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불협화음이 식당을 흔들었습니다. 종업원들은 허둥지둥, 갈팡질팡, 왔다갔다 분주한데, 되는 일은 없는 겁니다.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이전에 식당 운영을 맡았던 이가 식당 경영에서 손을놓게 되었고 그 후 종업원들이 모두 교체가되었다고 했습니다. 새로 온 종업원들은 친절했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서빙이 되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식당을 가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끊임없이 식당 홀을 살피는 매니저가있다는 것입니다. 2번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종업원을 찾고 있고 5번 테이블에서는 반찬을 더 달라고 하고, 8번 테이블에서는 젓가락을 떨어뜨렸다는 것을 일손이 빈 종업원에게 알려주면 그 종업원이 바로 그 식탁들로 찾아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겁니다.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지요. 바쁜데 매니저가 가만히 서있기보다 자신
도 종업원처럼 테이블 서빙을 하면 더 낫지 않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매니저가 종업원으로 투입되는 순간 교통신호등 없는 네거리처럼 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홀을 살피는 일은 결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통 혼잡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살피고 그것을 풀어주는 일입니다. 그 식당의 경우 모든 종업원들이 서빙에 투입되었지만 기계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홀 전체를 살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종업원을 불러대고 사람들은 왔다 갔다 하고 시끌벅적했지만 손님들의 만족도는 적었던 것이지요.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왕 언니’같은 매니저가 테이블 분배를 하고 필요한 일들을 종업원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종업원들은 각자 일을 열심히 찾아서 했지만 혹여생기는 빈틈을 매니저격인 ‘왕 언니’가 채워주었던 것입니다. 일이 척척 돌아가니 손님들의 불평은 없었고 그래서 단골이 늘고 식당 이익은 늘어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꾸만 빈틈이 생기고 손님들의 불평은 늘어납니다. 이대로 가면 식당이 어찌될까 염려가 됩니다.
미국에서는 조그만 식당이라도 종업원들에게 ‘구역’을 정해주지요. 종업원들은 기본급을 받지만 음식 값의 15-20 퍼센트를 팁으로 받기 때문에 열심히 서빙을 합니다. 좋은 ‘구역’을 배정받으면 손님들이 많아 수입은 더 짭짤해집니다. 팁(tips)이 ‘to insureprompt service(빠른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한 것)’라는 말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빙이 나쁘면 팁을 주지 않거나 조금만 주어도 할 말이 없지요. 종업원들은 자신이맡은 테이블들의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서 봉사를 하고 그 대가로 봉사료, 즉 팁을 받습니다. 그래서 다른 테이블 담당 종업원에게는 일을 시키지 않고 일을 시켜도 직접 하지 않고 담당 종업원을 불러줍니다.
조그만 식당 하나도 사람 하나가 이렇게 큰 차이를 냅니다. 종업원들의 불협화음은 그 식당에서의 경험을 불쾌하게 만듭니다.종업원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경영의 부재입니다. 훌륭한 경영은 유능한 지도자한테서 나오는 것일 텐데, 식당에서 경영의 팁 하나를 받고 나왔습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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