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가 태어나기 위해 달걀 껍데기를 깨기 위해서는 어미닭과 병아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미닭은 밖에서 안을 향해 껍데기를 쪼고, 알 속의 병아리는 안에서 밖을 향해 껍데기를 쪼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미닭과 병아리의 상호작용을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한다.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말할 때 주로 언급되는데, 방송과 시청자와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달 대전MBC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지위를 부여 받으며 시청자위원회와 대전MBC와의 상호작용에 대해 곰곰이 떠올려 보게 된다.
대전MBC는 반세기를 지낸 52년이라는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이미 지역사회의 중추가 된 프로 방송국이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백제, 세계를 품다> 등 기획프로그램에서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발굴・재조명의 시각을 보여 주었다. <허참의 토크&조이>, <시사플러스>, <아침이 좋다> 등에서는 역경을 딛고 삶을 살아온 명사를 초청해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고, 교육, 건강, 시사 등 다양한 분야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오랜 역사를 이어가며 보다 발전된 대전MBC를 만들어 내고, 시청자로부터 대전MBC를 찾게 하고 기억하게 할까.
무엇보다 지역민의 눈과 귀, 마음이 된 공익성과 공공성이 바탕이 된 공영방송으로 굳건히 이어가길 바란다.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는 초심이라 할 수프로그램있는 신뢰, 원칙 등 원래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고 원하게 되었다. 때문에 과장되거나 단편적인 시각이 아닌 종합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공영방송의 눈이 필요하다.
대전MBC는 대전・세종・충남의 중부권 최대 방송권역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대부분의 대전MBC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열려 있다. 지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를 변화시키고 이끌어 가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전MBC만이 할 수 있는, 대전MBC라면 꼭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치’에 무게를 두고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연구개발특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과학기술 분야의 특화된 지역성에 바탕을 둔 차별화된 감동 콘텐츠를 발굴하기를 제안한다. 미디어 경쟁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송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갖추어야 할 경쟁력은 방송의 품질, 그 중에서도 시청자와 공감하는 차별화된 감동 콘텐츠에 있을 것이다.
그 예로 과학기술을 들면 과학기술 또한 인간 중심이라는 지향점을 가진다. 과학기술에만 치우쳐 자칫 과학기술만 우선시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인간 중심의 진정한 과학의 면모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과학자의 모습은 비커를 들고,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밤 중에 수십억 년 전 사라진 별을 홀로 천체망원경으로 관찰하고, 무거운 기계를 옮기며, 방사성 물질의 위험을 안고서 실험을 하며, 전기를 흐르게 하기 위해 +, - 단자에 정신을 집중하고, 가설을 세우고, 토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등 다양한 모습이 있다. 이러한 과학자의 생생한 모습과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진솔한 삶과 사랑, 인생이야기를 찾아보면 무척 재미있는 소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에서 개최하는 이동과학교실, 금요일에 과학터치, 석학인문강좌 등 재미있는 강연 또한 대전MBC만의 의미 있는 감동 콘텐츠 소재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은 IT분야에서 화제가 되었다. 아침, 점심, 저녁, 간식 등을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놀라운 복지와 최고의 대우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런데 최상의 대우를 받는 구글 직원은 이런 복지의 달콤함보다 ‘우리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훨씬 가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구글의 자부심을 대전MBC에서도 만나게 된다. 대전MBC가 지향하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도록’, 지역민의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의 삶이 빛나도록,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 각 계 각 층의 위원으로 구성된 시청자위원회의 지혜를 모아 대전MBC와의 끊임없는 줄탁동시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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