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며 힘겹게 지내던 사업가에게 오래된 그림이 한 장 있었다. 자본도 없이 망한 식품점 하나를 인수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이민생활 초창기에 누군가에게 받은 그림이었다. 연필로 스케치된 이 그림엔 황새에게 잡아먹히게 된 개구리가 오히려 황새의 목을 조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 한 컷짜리 그림에는 잡풀이 깔린 호숫가에서 황새 한 마리가 개구리를 막 잡아내어 입에 덥석 물어넣은 모습이 묘사돼 있다. 그런데 그 순간 개구리가 앞발을 밖으로 뻗어 온 힘을 다해 황새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느닷없는 공격에 숨을 쉴 수도 없고, 개구리를 삼킬 수도 없는 황새의 난처한 꼴이 그려진 그림이었다. 그 사업가는 유머러스해 보이는 이 그림을 책상 앞에 두곤 했다.
그는 지치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제목도 없는 이 그림을 들여다봤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림 속 개구리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 무슨 일이든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회를 살피며 최선을 다하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용기였다.
그는 온 가족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구멍가게의 한계에서 벗어나려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절망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자본도 없이 실패를 딛고 다시 성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파산직전의 회사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운영해 100% 융자와 함께 40년 된 비즈니스를 넘겨받았다.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이익을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동요하는 직원들과 함께 뜻을 모아 사업을 키웠다. 1년 만에 매출은 세 배로 증가하게 되고 이듬해에는 추가매장도 열었다. 만약 그가 절망만 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개구리처럼 황새의 목을 움켜쥐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수많은 절망적인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절망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 사업가의 일화처럼, 자기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비관하지 말고 열정을 지니고 어려운 시련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현대자동차 최진성 부장은 2008년까지 총 300대의 차량을 팔아 8년 연속 ‘판매왕’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다. ‘판매왕’은 현대자동차가 랭킹 10위까지의 영업맨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불황기에도 억대 연봉자로 우뚝 선 최 부장은 당시 ‘연간 365대 판매’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하루 한 대꼴로 차를 판매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였다. 하지만 최 부장은 “경기 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훨씬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많이 하지만 외부 환경은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면서 “외부 환경보다는 내 맘 속의 열정이 사라지는 게 더 무서운 적”이라고 말했다.
루쉰(魯迅·1881~1936)은 ‘광인일기’와 ‘아큐정전’으로 잘 알려진 중국을 대표하는 문학가이자 사상가이다. 몰락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신학문에 눈을 뜨고 유학생활을 했지만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는 현실을 깨닫고 무기력증과 자조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루쉰은 어두운 현실에서도 희미한 불빛이라도 밝히면 사회를 계몽할 수 있다고 믿고 다시 실천하게 되고 마침내 현대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다음은 그의 소설 ‘고향’의 마지막 구절이다.
“내가 먼저 가면 길이 된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희망은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 땅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었다.”
열정이 있는가? 희망을 싹틔우는 ‘열정’…절망의 탈출구는 열정에 있다.
이광원 부국장 | 사업국 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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