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가 올 하반기 방송예정인 ‘화이트 골드 400년의 여정’은 도자기에 관한 다큐멘터리로서, 금쪽같이 귀했던 사금파리와 사기장을 찾아가는 오디세이다.
예술품을 감상하고 그것에 흠뻑 취해 이를 사서 소장하는 사람들처럼 요즘은 도자기나 그릇을 사서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400년 전 유럽의 왕실과 귀족들이 그랬다. 아시아 무역항로를 통해 많은 상품들이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 중 가장 매력적인 상품은 단연 도자기였다. 오죽하면 도자기를 화이트골드, 즉 ‘하얀 금’이라 불렀을까. 당시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은 도자기는 수식어만 봐도 감히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른바 도자기는 권력과 재력을 과시하는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도자기는 흙, 물, 불과 인간의 열정이 빚어낸 자연 최고의 창작물이다. 또한 도자기는 그 시대, 그 나라의 과학과 예술, 문화 소프트의 결집체이기도 했다. 흙을 반죽해서 물레로 형태를 만들고 가마에 넣고 구우면 자기가 뚝딱 나올 것 같지만 도자기는 최후에 불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놀라운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도자기는 흙속에 들어있는 산화철 함량에 따라서 청자도 되고 백자도 된다는 것을 사기장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가마의 온도 등 만들어지는 상황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도자기가 나올 수 있다. 사금파리는 사람의 마음도 담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도 담고 있다.
중국의 역법과는 다른,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달력인 ‘칠정산 내외편’을 만든 조선의 임금은 세종이다. 어린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놓았다. 왕실과 귀족들만이 쓸 수 있던 백자의 시대에서 서민들 누구나 쉽게 사서 쓸 수 있는 자기 ‘분청사기’가 태어난 것도 세종 때의 일이다.
영국의 사기장 ‘조사이어 웨지우드’는 산업 혁명기에 이른바 전사기법(transfer printing)을 창안해 도자기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다. 전사기법은 아름다운 꽃이나 문양을 직접 손으로 그리지 않고, 간단히 그림을 붙여내는 것을 말한다. 이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은 왕공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테이블웨어가 보통사람들의 식탁에도 오를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임진왜란을 통해 조선도공과 도자기 기술을 강탈해간 일본은 그들만의 미의식과 장인정신으로 독창적인 일본식 도자기의 꽃을 피워 세계적인 성취를 이뤄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조상이 남긴 유산 ‘비색의 상감청자’만 바라볼 것인가. 그런데 프로그램 제작을 시작하면서 우리 내부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대 도예가 나아갈 길은 옛날 조선 도공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은 어디인가! 우리는 여기에 귀를 가까이 대고 그 해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려 한다.
김종훈 PD | 편성제작국 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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