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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사모광장

가을비 오는 날에

오늘은 오랜만에 가을비가 내립니다. 오랜 가뭄에 간신히 목숨 줄 이어오던 초목들의 안도의 한숨이 느껴집니다.
기다림.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즈음 조석으로 밀려오는 서늘한 기운에 빗살이 제 기운을 더하더니 아침부터 주룩주룩 빗물이 대지를 두드립니다.
“나 그리 늦지 않았죠? 저 고개 너머 먼 곳으로부터 길 떠나올 때 당신의 애타는 기다림을 느꼈기에 별 지체 없이 지금 여기에 임할 수 있었어요.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햇살도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고, 대양으로부터 피어올랐던 솜털구름, 뭉게구름도 먹구름으로 화하여 나의 탄생을 도와주었어요. 언제나 나를 일으키는 것은 당신의 기다림이었어요.”


빗줄기의 재잘거림이 마음의 창을 통해 들립니다. 이번 비에 산하의 초목들은 긴 갈증을 채우면서 아직 못다 내놓은 잎새도 추스르고 씨방마다 수기를 더하여 다시 한 생 꿈을 펼칠 기운을 단단히 여밀 것입니다. 기다림은 이렇게 무엇이라도 결실을 맺고 말겠다는 초목의 한 가닥 의연한 바람 속에 피어올라 제 뚜렷한 형상을 고집하지 않고 빗물로 온 하늘을 채우다가 산하의 시냇물로, 초목의 수액으로 갈가리 나누어져 세상구경을 떠나는 물방울의 염원 속에도 스며들었고, 살랑대는 바람결에 이른 새벽부터 먼동을 벗어나 하루 종일 서산으로 향해가는 빛나는 햇살의 묵묵한 시선 속에도 숨어들었습니다. 기다림은 우리 모두의 현상을 바꾸어갑니다. 메말라 누렇게 퇴화되던 잎새에 다시 푸름을 안겨주듯이, 일찍 파종된 가을 채종들의 긴 잠을 깨워 새싹을 내어놓듯이 우리 세상을 새롭게 바꾸어갑니다.


이러한 기다림 중에 요즘 저에게 또 다른 기다림의 설렘을 안겨주는 것이 대전MBC가 매주 토요일마다 열고 있는 ‘충청남도 푸른밥상 로컬푸드 직거래장터’입니다. 명칭 그대로 우리 지역 가까운 곳부터 살피며 우리네 생명에 필수인 먹거리부터 푸르게 가꾸겠다는 바람이 이 장터를 탄생시켰겠지요. 언제나 우리의 푸른 마음이 자리하는 곳은 건강한 신체이듯이 이 사회에 보다 싱싱하고 믿음직한 먹거리 문화가 퍼져나가 이웃 간에 이로운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익의 전파를 이용해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우리 대전MBC가 ‘충청남도 푸른밥상 로컬푸드 직거래장터’라는 명판을 걸고 또 다른 공익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것을 보니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이나 고맙고 흐뭇합니다.


이 장터는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키고자하는 염원의 소산입니다. 사상누각들이 여기저기 난립한 혼탁한 세상에서 농자와 시민들을 바탕부터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단단히 만들어내고 있으니 홍익이 우리 사람세상을 넘어 산하대지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촌각을 다투는 정보화세상에서 급히 서둘러 휩쓸리지 않고 사계를 통해 자연의 변화에 나타나는 뭇 현상들에 조화로이 편승하여 서로 간에 유익한 세상을 살아보자는 이 의지는 머지않아 아름답게 발현될 것입니다.


푸른 희망이 점차로 우리네 농자들, 그리고 시민들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심근지목은 부동강풍”이라는 옛말이 떠오릅니다. ‘이 아름다운 대지에 뿌리박은 나무라야 세상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나무라야만 편안한 기다림 속에서 따스한 봄철에 새싹을 내어놓고 장구한 한 생 파노라마를 펼칠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청남도 로컬푸드 푸른밥상 직거래장터’가 활짝 개화될 그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