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교양수업 중에서 10여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과목은 ‘프랑스문화테마기행’이다.한학기에 보통 10개반 이상을 설강해도 늘 수강생이 넘쳐난다. 학생들 사이에 “‘프랑스문화테마기행’을 듣지 않았다면 충남대생이 아니다” 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을 각 장르별로, 사조별로 수업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교육, 의식주를 포함한 생활 전반을 두루소개하다 보니 수업 내용이 참으로 다양하고 흥미진진하다.
프랑스의 보육과 교육 분야 수업을 할 때, 나는 늘 10여년 전 대전MBC창사특집으로 제작한 ‘고향1부-아이들 밥상, 고향은 없다’라는 프로그램을 보여주곤 했다. 학교급식을 소재로 출발한 프로그램이었지만 그것은 한국과 일본미국, 프랑스를 넘나들면서 농촌과 도시의 공생 방안을 이야기 하고, 사람과 세상, 대지를 포함한 생태계를 살리는 주제를 담고 있었다. 2002년 제작인지, 2003년 제작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우리나라 학교급식 초기의 다큐멘터리였다.
이른 바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현실을 초등학생 그림을 통해 보여주면서 그 프로그램은 시작된다. 둔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에는 저녁 밥상에 엄마나 아빠가 없다. 언니랑 둘이 먹거나 아니면 혼자 짜장면을 사먹는 우울함이 배어있다. 아침을 굶고 오는 아이도 삼분의 일 가량이다. 그렇다면 학교급식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게 당연한데, 막상 우리의 학교급식 현실은 암담하고 참혹하다. 일본, 미국, 프랑스의 학교들은 유기농 향토농산물로 조리하여 먹임으로써 전통식습관을 기르고 나눔과 배려를 습득하는 교육의 연장으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식자재 선택의 우선 조건이 가격이다 보니 값싼 수입농산물과 양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찬의 내용 면에서도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가 높은 비율인 건 당연하다.
성장기의 아이들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12년간 하루에 한 끼씩 학교에서 먹는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엄청난 사실인가. 마땅히 학교급식은 시장논리가 아닌 교육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한 끼니때우기가 아니라 식량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국가정책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과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고 패스트푸드의 천국인 미국에서조차 학교급식에는 100%자국산 농산물만을 사용한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군대용어인 ‘급식’이라는 어휘 대신 ‘레스토라시옹 스콜레르’(Restauration scolaire, 학교에서의 에너지 재충전. *음식점에 해당하는 프랑스어가 ‘레스토랑’인데 원래의 의미는바로 ‘힘을 재충전하는 장소’쯤 된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는 대목에서는 뒤통수를 맞는 각성도 느껴진다.
학생들과 그 프로그램을 같이 보고 나서 늘 덧붙인다. 이런 훌륭한 프로그램을 지역 방송사에서 만들었다고. 바로 여러분이 사는 이 대전, 대전MBC에서 만든 거라고. 그러면 학생들은 자부심에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작금에 이르러 “채널을 돌려도 볼 게 없다”, “저널리즘이 죽고 ‘너절리즘’만 남았다”, “요즘 언론사가 언론사냐?”는등의 자조적 비아냥거림이 흔해진 듯하다.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이다. 언론사가 처한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하더라도 자주 ‘고향’같은 프로그램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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