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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에게 최적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방송사에 입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방송은 협업’이란 말이었다. 방송은 PD, 기자, 엔지니어, 경영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다양한 분야 중 필자는 음향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방송사의 음향 엔지니어는 지상파라는 제한적인 조건에서 시청자에게 최적의 소리를 전달하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제작에 필요한 모든 음향 시스템을 구성하고 최상의 소리를 담아 시청자가 듣기에 편한 소리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목표다.

 

 

 

 

음향 엔지니어의 하루
편성과 보도 프로그램의 음향을 모두 관리, 운영하는 음향 엔지니어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한다. 새벽 6시경 제작 부조정실에 출근해 아침 뉴스를 준비하고, 뉴스 중간에 방송되는 날씨예보를 녹화하고 나면 바로 뉴스센터 부조정실로 이동한다. 아침 뉴스가 끝나면 곧바로 매일 아침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아침이 좋다> 준비를 위해 제작 부조정실로 이동한다. 매일 아침 시청자에게 따뜻한 소식과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을 살려 보다 편안하고 부드럽게 느낄 수 있도록 소리에 신경을 쓴다.이렇게 폭풍처럼 오전 생방송들을 마치고 나면 그제야 긴장을 풀고 기본적인 제작 업무를 시작한다. 내레이션 더빙, 각종 프로그램 녹화와 완작, 음향 편집 등으로 하루가 채워진다. 그리고 이브닝 뉴스와 뉴스데스크까지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나서야 긴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자신과의 싸움
생방송을 제외하고 모든 녹화 프로그램들은 음향 편집을 거쳐 방송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TV 음질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원음을 재현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가 보다 원음에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음향 엔지니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많은 공을 들이게 된다. 지난 2011년에 방송된 MBC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음향 엔지니어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시청자들이 점점 더 수준 높은 음질을 요구하면서 음향 엔지니어들의 자신과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음향 엔지니어의 일은 프로그램 녹화가 끝난 후부터 시작된다. 음향 편집은 자르고 붙이는 일반적인 편집이 아니라 각각의 모든 소리를 분리해 잡음을 제거하거나 감쇠하고 보다 선명하고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렇게 가공된 소리들을 다시 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음악을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녹화현장에서 들었던 원음 그대로의 느낌을 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관적인 음악 취향을 배제하고 원음에 가까우면서 듣기 편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한곡을 수십 번 반복해서 듣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음악 편집을 하는 날에는 하루 종일 무의식적으로 같은 노래를 흥얼거려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간혹 있다. 어찌 됐든 스스로 만족할 때 까지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 아마도 창작의 고통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늘을 보는 습관
음향 엔지니어 업무를 하면서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하는 습관이다. 음향 엔지니어의 업무 중 또 하나는 중계차 운용이다. 뉴스를 보다보면 장마, 폭설,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 기자들이 재해 현장에서 리포팅 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시간은 대략 2분 정도 되지만 그 짧은 시간을 위해 많은 스태프들이 악천후 속에서 오랜 시간 악전고투해야 한다. 새벽부터 출동해 방송장비를 구성하고 방송회선을 연결하고 점검하는 등 방송준비에만 방송시간의 수십 배에 달하는 시간을 들인다. 그러고 나서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악천후가 멈출 때까지 현장에 계속 대기해야하기 때문이다. 간혹 밤을 새는 경우도 있다.


대전MBC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1년 여름, 계속되는 장마로 중계차가 출동했을 때의 일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입사 직후였던 내게는 처음으로 중계차를 타고 현장에 나가 부딪히는 일들이 모두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특히 점심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길 위에서 비를 맞으며 짜장면을 시켜 먹었던 기억과 그때 먹었던 짜장면 맛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부조정실 : 시청자에게 전파로 전달되는 모든 프로그램들을 제작
할 수 있는 방송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는 장소

원종원 | 경영기술국 방송기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