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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총선거 투표일 단상

총선거 투표일 단상

투표일입니다. 이번 선거는 특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선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치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이곳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이번 선거 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싸움이 공천 과정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공천에서 배제되면 당의 번호를 받아 입후보를 할 수 없기에 당의 공천을 받으려는 싸움은 치열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다른 당으로 옮겨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했습니다. 여당의 비례대표는 20여명까지가 당선 안정권이었지만 신청한 사람은 6백 명이 넘었다고 하니 ‘금배지’에 대한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국회의원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라는 넌센스 퀴즈도 있습니다. 일 안하고 돈을 받기 때문이란 것이 정답입니다. 스스로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니 무서운 것이 없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이지만 국민이 두려운 것은 4년에 단 두세 달, 나머지는 국민 위에 군림하며 위세를 부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국회의원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출근길에서 많은 후보들을 목격했습니다. 이른 시간에 중심가 4거리에서 허리를 깊이 숙이며 출근길 시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후보도 있었고 시장이나 지하철 출입구에서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에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절을 할 때 그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귀찮다며 외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공천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하니 ‘금배지’의 위력은 여기서도 드러나지요.


한 선거구에서 있었던 공천 결선 과정은 상당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두 후보 모두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능력이나 자질, 인지도에서 비등했던 두 후보를 두고 누가 떨어져도 아깝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는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두 후보의 선거운동 모습을 보고 왠지 특정후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하는데, 한 후보는 허리를 깊이 숙여 ‘겸손하게’ 인사를 했고 다른 후보는 ‘보통 정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허리 숙여서 국회의원이 된다면 허리를 더 깊이 숙이겠다고 나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문제는 허리가 아니라 태도였던 것입니다.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던 그 후보는 그만큼 표를 주는 유권자들이 귀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허리가 숙여졌을 것입니다. 그만큼 절박하게 그들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결과는 그 후보의 승리였습니다. 어쩌면 그 후보가 공천에서 이겼던 것이 허리 숙인 절 때문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 화면에서 그의 절박함과 겸손한 태도가 저에게 전달되었다면 실제 표를 주었던 그 지역에서 유권자들은 무언가 느끼지 않았을까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정성을 쏟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회사를 떠올렸습니다. 특히 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든 일을 성사시키려고 하면서 동분서주 뛰어다닙니다. 시키지 않아도, 누가 보지 않아도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립니다. 그런 일은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사 성공하지 않더라도 후회는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옛사람들이 남긴 말이 하나 그른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5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있고, 진인사대천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20대 ‘금배지’들은 무언가 생산을 하는 ‘금배지’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선거운동 때 만났던 유권자들의 눈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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