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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you

시사프로그램이요?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듣는 거죠!

 

PD 생활 중 절반을 함께 한 <시사플러스>

2008년 6월 12일. 대전MBC <시사플러스>가 첫 방송을 시작한 날이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흘러 올해 8월 21일,300회를 맞이했다. 지역방송에서는, 그것도 시사프로그램 으로는 보기 드문 장수 프로그램이다. 필자 나름대로 한 가지 자부심이 있다면 <시사플러스>를 거쳐간 PD들 중 가장오랜 기간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PD라는 것이다. 2009년 5월 8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3년 동안 열심히 현장을 누볐다. 이후 특집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하느라 2년 정도 외도(?)를 했지만 작년 1월 <시사플러스>로 컴백했으니, <시사플러스> 연출을 담당한 시간만 4년하고도 6개월에 이른다. 10년의 대전MBC PD 생활 중 거의 절반을 <시사플러스>에 바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사플러스>는 나에게 ‘어려운 숙제’다.

 

아이템 선정에서 편집까지, 3주의 강행군
세 명의 PD가 담당하는 <시사플러스>는 한편의 제작에 3주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 동안 제작진은 어려 가지어려움을 겪는다. 일단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아이템 선정’의 어려움이다. 아무래도 지역과 관련된 사건을 다뤄야하다 보니 전국 단위 시사프로그램에 비해 소재의 폭이 협소한 편이다. 다행히 좋은 아이템을 발굴해 취재에 들어가면 ‘섭외’의 난관에 부딪힌다. 특히 비리 관련 내부고발자나 학교폭력, 성희롱 등 신원 노출에 민감한 피해자를 섭외해야하는 경우가 그렇다. 촬영을 무사히 마치면 ‘구성’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소송이 얽히고 법조문이 등장하는 복잡한 사건의 경우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편집’에 이르면 드디어 정점을 찍는다. 이틀 밤을꼬박 새워 인터뷰와 그림을 자르고 붙여 방송 수 시간 전결과물을 완성한다. <시사플러스> 방송이 금요일 밤이라는 것이 참 다행이다. 다음날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간혹 출연자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내용증명이 날아오거나 언론중재 신청이 접수될 때도 있다.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오랜 기간 <시사플러스>를 제작하면서 필자가 다룬 아이템만 해도 100여건에 달한다. 지나간 방송들을 돌이켜보면흐뭇할 때도 있다. 방송 이후 꼬여있던 문제가 해결된 경우가 그렇다. 2011년에 두 차례에 걸쳐 다뤘던 공주의 한 부도 임대아파트의 경우 방송 이후 ‘부도 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개정돼 임대보증금을 떼일위기에 놓였던 주민들의 주거 불안이 해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필자의 첫<시사플러스> 방송 아이템이었던 ‘콜텍 해고노동자’들의경우가 대표적이다. 충남 계룡시에 위치한 기타 제조업체인 ‘콜텍’은 2007년 일방적인 직장폐쇄와 함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때 해고된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은 현재까지 9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밖에도 4대강사업, 대전 원도심 재생, 청양군 강정리의 폐기물매립장 등오랜 기간 갈등을 겪고 있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관심을 놓지 않고 꾸준히 지켜볼 일들이다.

 

 

 

시사프로그램의 시작은 이야기를 듣는 일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아마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일 게다. 누군가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누군가는 분노를 토해내고, 또 누군가는 변명을늘어놓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연민을 느끼고, 또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시사플러스>를 처음 맡았을 때는 이들의 감정이 이입될 때가 간혹 있었다. 때로는 인터뷰를 하다가 화가치밀어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이 생긴 것도 같다.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게 되고, 화가 나도 돌아서서 혼잣말로 풀곤 한다. ‘열정’이 식은 것이 아니라 ‘경험’이 더해진 것이라 표현하고 싶다.


PD들에게 ‘촬영’과 ‘편집’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좋냐는 질문은 아마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편집실에 틀어박혀 편집하는 게체질이라는 이도 있고, 촬영 나갈 때가 제일 즐겁다는 사람도 있다. 필자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촬영하는 기간엔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 즐거움 그 자체다. 그런 면에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제일 중요한 <시사플러스>는 나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다. 아마 내가 이 프로그램을 만나기 위해 PD가 되고 대전MBC에입사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