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의 얼굴에 좁쌀만 한 것이 여러 개 났습니다. 그 당시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곧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냥 두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딸아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 방치한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바로 피부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본 피부과는 성형과 미용을 주로 하는 곳이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조금 멀리가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접수를 하는데 간호사가 ‘30분 이상 기다릴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스마트폰을 하다가 잡지도 보고 TV도 봤습니다. 30분이 지났는데도 부를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우리보다 먼저 온 환자들도 많습니다. 그들도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하나 ‘30분이 넘었는데도 왜 진료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급하기로 소문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이리 얌전히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우선은, 간호사가 미리 ‘30분 이상’이라고 얘기를 해줘서 기다림이 어느 정도 예상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성격 급한 사람 몇 명 정도는 재촉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은 그 의사에게 진료를 받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기에 모인 환자들은 그렇게 1시간 동안을 아무 불평 없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상갓집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기차를 타기 위해 대전역에 들어서는 순간 대합실 한쪽에 사람들의 긴 줄이 보였습니다. 표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아니었습니다. 대략 짐작했겠지만 대전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의 빵을 사기 위한 줄이었습니다. 물론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왜 긴 줄을 만들고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그 유명한 빵을 지금 사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불평없이 기다리는 이유는 그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저에게 그런 것이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대전MBC에게도 던져 봅니다. 대전MBC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대전MBC는 그 동안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지역 콘텐츠를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습니다. 그래서 권위 있는 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전MBC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무언가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보령시하면 머드 축제가 떠오르고 그 축제로 인해 지역경제까지 살고 있습니다. 미국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다리 하나에 지나지 않은데 그것에 스토리를 입혀서 명물이 되었고 그것을 보기 위해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은 3평 남짓한 허름한 가게이지만 1호점에서만 살 수 있는 텀블러와 1호점이 갖는 의미 때문에 사람들은 아침부터 줄을 섭니다. 그 무언가가 반드시 방송프로그램일 필요는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박람회도 좋고 문화행사여도 좋고, 사옥 내에 있는 갤러리여도 좋습니다. 그 무언가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면 그와 연결되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갖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대전MBC가 그 동안 이룬 성과를 보면 역량과 능력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이제 지역이라는 한계를 인식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대전MBC를 방문하기 위해 외국인들이 사옥 앞에 줄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물론 기대와 흥분된 표정으로 서 있겠지요. 이렇게 대전MBC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아니 세계 속에서 명품방송사가 되기를 고대합니다. 저는 그 옆에서 묵묵히 동행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대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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